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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인 May 22. 2023

시니컬한 그대에게

손으로 쓰는 글_냉소

살다 보면 가끔 시니컬한, 냉소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냉소적인 태도는 대게 상처에서 비롯된다. 미처 치유되지 못한 과거의 상처 말이다. 그 상처를 모른 채 하고 마치 없는 척하며 짐짓 쿨한 태도로 냉소적인 행동과 언어를 표출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영혼이 얼마나 파이고 아팠는지 알 수 있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이십 대 때 내 사진을 보면 눈동자에 우울함과 차가운 냉소가 언뜻 내비친다. 아마도 나의 냉소는 평탄한 시기에는 없는 척 숨어 있다가, 정신적으로 힘든 때가 찾아오면 나타나 주변에 냉기를 흘리고, 누군가에게는 푹푹 찔러대는 상처도 주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차갑고 쿨해 보이는 겉모습 이면은 그와 정반대로 항상 세상과 사람에 대한 뜨거운 갈망으로 들끓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걸 아는 사람은 나 혼자였으나, 지금 쓰면서 돌이켜보니 그 시절에 누군가 그걸 알아봐 주길 바랐던 것 같다.


하여 나는 냉소적인 사람들을 보면 더 마음이 짠하다. 특히 내 주변에 있을 때 저 상처받은 가여운 영혼을 어찌해야 하나 한숨이 나오고 먹먹할 때가 있다. 냉소의 갑옷은 누가 벗으라고, 도와준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 깨닫고 헤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반면 상담 장면에서 냉소적인 내담자를 만나면 나는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환하게 피어날 그들의 앞날이.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내담자일수록 상담에 더 열심히 임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영혼이지만 어떻게든 자기 상처를 끌어안고 살려고 방법을 찾고자 어렵게 상담에 찾아왔기 때문에, 결국 자기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처받고 외로운 이들은 그들의 고통이 깊었던 만큼 상담자의 진심 어린 공감도 밀어내지 않으며 고마워할 줄 안다.


오늘 밤에도 잠 못 이루고 있는, 상처받은 외로운 영혼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이 깃들길 바란다. 그리고 나의 냉소에 상처받았을 가깝고 먼 인연들에게도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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