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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인 May 26. 2023

시냇물 명상

손으로 쓰는 글_시냇물 명상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하고, 따사로운 햇살에 반짝이는 시냇물이 무심히 흘러간다. 잔잔한 물결 위로 초록 나뭇잎이 살랑 떨어진다. 나뭇잎이 냇물 아래로 흘러 흘러가는 심상 속에서, 잎사귀 위에 지금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을 간결한 단어 혹은 문구로 표현하여 올려놓는다. 그대로 나뭇잎을 흘려보낸다.
아래로. 아래로. 천천히. 저 멀리.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하나를 보내고,
다음에 또 하나를 흘려보낸다.
몇 번이고 새로운 감정, 생각이 떠오르면
또 흘려보낸다.


오늘은 아침부터 마음에 짜증과 성냄이 일어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한 통에 남편과도 잠시 신경전을 벌이고, 아이를 보면서도 한숨을 쉬며 버겁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음을 한 번 들여다봐야겠다 싶어 아주 오랜만에 시냇물 명상을 했다.


상담에서 불안과 걱정이 많은 내담자들에게 자주 권하기도 했으나, 사실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고, 나에게는 꽤나 유용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답답하거나, 걱정이 산더미처럼 느껴질 때 한 번씩 하고 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단순히 기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가벼워짐을 느낀다.


오늘은 웬걸. 나뭇잎이 처음부터 무거워 잘 떠내려 가질 않았다. 그래도 오래 보며 천천히 떠나보내고 나니 가슴이 살짝 열린 기분이 들며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대여섯 번 마음에 떠오른 것들을 흘려보내고 나니 내가 왜 해야 할 일을 몇 주째 하지 않고 미루면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끝에 다다르니 상대방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은 마음에 가닿았다. 허망해라. 정작 그 상대는 나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는 것을! 알고 나면 이리 간단한 데, 마음이란 게 알지 못하면 제 얼굴을 보여주는 대신 자꾸 다른 것을 디밀어 사람을 엉뚱한 데서 헤매게 만든다.  


이것은 결국 허상. 내가 만든 허상이었구나 생각하니 도대체 이 몹쓸 습(習)은 언제 버려지는 것인지 한숨도 나지만, 그래도 아는 게 어디냐!


그러니까 고마, 그만 뭉기적대고, 해라 쫌!


#뮤직비디오 #장기하 #해 #할건지말건지

https://youtu.be/5xciSoXLk98

해야할 일 미루면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 혼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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