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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17. 2019

아이리시 맨 리뷰 <위대한 친구들>

The Irishman(2019) 영화 후기 및 해석

1. 개요 : 마피아 영화의 어벤저스

마틴 스콜세지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더불어 <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는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 이후 실로 오랜만에 마피아 영화로 복귀했다. 흡사 ‘마피아 영화의 어벤저스’랄까?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케이틀 같은 갱스터 장르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들이 함께 뭉쳤다. 가히 드림팀이 뭉쳤다는 평을 듣는 <아이리시맨>은 과연 어떤 영화일까? 영화는 스콜세지의 고향(뉴욕)을 배경으로, 미국의 불편한 역사를 밑바탕에 깔고서 한 남자의 강박증을 다루고 있다고 간단히 소개할 수 있다.  

 


2. 줄거리 및 마피아의 노조 개입  

영화는 요양 중인 노년의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을 비춘다. 그는 손주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페인트공(마피아)인 프랭크는 트럭 운전을 하다가 회사에서 운송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고소당한다. 그는 변호사 빌 버팔리노(레이 로마노)를 찾아가고, 그의 사촌이자 마피아 두목 러셀(조 페시)과도 안면을 튼다.  그러다가 러셀의 소개로 화물운송노조(팀스터스) 위원장인 지미 호파(알 파치노)와 친분을 쌓게 되고, 노조 간부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갈등이 생기게 되고, 프랭크는 두 파벌 사이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자! 여기서 마피아와 노동조합이 왜 <대부>나 <소프라노스>에 자주 등장하는 지를 알아보자!  

   

감비노 패밀리를 이끌던 폴 카스텔라노는 ‘우리의 일은 노조(Union)를 경영하는 것’이라고 밝힐 만큼 마피아의 핵심 사업이다. 노조 장악을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노조의 자금을 횡령•유용뿐만 아니라 주요 선거 때마다 특정 후보에게 노조원 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정치인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마피아 입장에서 정계와의 유착을 강화하는 데에 노조만 한 게 없다. 정치인, 검사, 장성 등 정부 인사를 가차 없이 암살하는 이탈리아 마피아와 달리 미국 마피아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美정부를 도왔고, CIA와 연계하여 카스트로 암살 작전을 시행했으며, 최근 IS가 기승을 부리자 연방정부에게 연합해서 함께 싸우자고 제안하는 등 美정부에 최대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     

    

3. Who Is 지미 호파? 

<아이리시맨>의 원작 《I Heard You Paint Houses(2004)》은 호파를 살해했다고 고백한 프랭크 시런의 주장을 바탕으로 쓰인 논픽션 소설이다. 원작에서 프랭크는 마피아의 지시로 전미 트럭운송조합 위원장 지미 호파와 뉴욕 마피아 프로파치 패밀리(현 콜롬보 패밀리) 행동대원 조 갈로(보비 카나베일)를 살해했다고 고백했다.     


영화 <아이리시 맨>를 보시면 저절로 아시겠지만, 영화는 스콜세지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 영구미제사건의 대명사 ‘지미 호파 실종사건’은 소재로 삼을 뿐이다. 원래 미국의 어두운 역사를 파헤치는 평소 스콜세지의 성향대로 마피아와 노조가 권력을 쥐고 흔들던 20세기 미국 정치사를 함께 조망한다. 감독은 그때 그 시절을 잘 모르는 미국 젊은이들을 배려해서 히트맨 ‘프랭크 시런’의 삶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연출되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극 중 등장하는 ‘지노비스 패밀리’가 영화를 관통하는 두 가지 사건, 노동운동가 지미 호파 실종사건과 존. F. 케네디(JFK) 대통령 암살사건 모두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미 호파는 대공황 이후 1933년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1957년 당시 10만 명이 가입된 화물노조(팀스터스) 위원장을 맡아 무려 23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노동조합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회사와의 협상을 위해 마피아를 이용하고 정부와 비밀 협상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에 매카시 선풍의 주역 로버트 케네디에게 기소당한다. 그러나 케네디의 의도는 진정한 노조 건설이 아닌 노동운동에 대한 정면 공격인 것이다. 호파는 출소 후 1975년에 갑자기 실종된다.    

  

실제 프랭크 시런과 함께 일했던 지노비스 패밀리의 보스, 토니"팻 토니' 살레르노(도미닉 롬바르도치)와 지노비스 패밀리 소속이자 팀스터스의 이인자였으며, 지미 호퍼의 실종 당일 그와 만나기로 약속되어있던 앤서니 프로벤자노(스테픈 그레엄)와 호파의 심복이자 실종 당일 호파와 동행했었던 처키 오브라이언(제시 플레먼스)등은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었던 인물들이다.     


4. 케네디家와 마피아

프랭크 시런에 따르면, JFK의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RFK) 법무장관에게 탄압받던 지미 호파도 JFK 대통령이 죽기를 원했다고 한다. 강력한 마피아 소탕령을 시행했던 RFK는 마피아와 노조의 입장에서 눈에 가시였다.      


<대부 2>에 나오듯 쿠바에서 카지노 등을 운영하던 마피아들이 카스트로에게 쫓겨난다. 쿠바에서의 사업권을 되찾으려는 마피아들이 케네디를 움직여 쿠바 피그스만 침공을 감행하는 모습을 <아이리시맨>에 나온다. 프랭크 시런도 작전에 연루된 이들 중 일부가 암살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피그스만 침공은 1500명의 쿠바 게릴라들이 미군의 지원 아래 쿠바 공산정권을 타도하는 목적의 군사작전이다. 당시 커티스 르메이 등 美군부 강경파는 JFK가 쿠바 습격 작전을 축소한 탓에 공격이 실패했으며, 이 때문에 결국 쿠바 미사일 위기가 생겨났다고 믿고 있었다. 또 1997년 공개된 JFK 관련 문서에 따르면 1975년 당시 CIA는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해 마피아들에게 15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한다. 마피아들이 실제 암살을 시도하지만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마피아는 정부가 미미하게 지원해줬다고 JFK를 원망했다.    

 

원작에서 프랭크는 존. F. 케네디(JFK) 대통령 암살 사건에 지노비스를 비롯한 마피아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증거로 프랭크가 직접 총기 3정을 댈러스에 배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종은 암살에 쓰였던 것과 동일한 걸로 판명됐다.    


끝으로 2017년 공개된 JFK 관련 문서에 따르면 오스왈트(JFK암살범)가 CIA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음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군부와 CIA는 쿠바를 빌미 삼아 소련과 전면전으로 확장하려고 대통령에게 정보를 왜곡하는 등 횡포가 심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주장을 했기에 군부와 CIA의 분노를 샀을 뿐 아니라 그를 암살했다고도 볼 수 있다. 마피아도 쿠바에 걸린 이권 때문에 정부를 원망하고 있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정황 증거이니 해석은 여러분의 몫이다. 

      

5. 연기와 연출

70대 노장들이 뭉친 <아이리시 맨>은 갱스터 장르가 가진 한계 안에서 관록을 뽐낸다.

디에이징 기술을 통해 노배우들의 중년 모습을 되살린다. 이에 화답하듯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케이틀 등 잔뼈가 굵은 역전의 용사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훌륭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정확하다. 언제 힘을 줘야 하고 언제 힘을 빼서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지를 정확히 캐치한다. 이처럼 훌륭한 하모니는 결국 ‘절제’에서 나온다.  특히 조 페시는 미니멀한 최소한의 동작과 음성으로 주변을 압도한다. 드니로는 <조커>에서도 호아킨 피닉스를 압도하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스콜세지 역시 마피아 영화에 흔히 적용되는 상승과 하강 구조를 보다 완곡하고, 보다 겸손하게 탈피한다. 동시에 209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칠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극장에서 보낸 가장 짧게 느껴진 3시간이었다.  

   

6. 총평 : 과거의 MCU에게 바치는 묘비명

<아이리시 맨>은 흡사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처럼 신화들의 무덤을 조성한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살다 간 인간 군상들이 겪은 온갖 갈등과 폭력 그리고 감정적 파산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영화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영화사적으로 풀어보자면, 갱스터 장르 자체가 미국을 은유하면서 성장해왔다. 만약 미국이 패권을 상실한다면 수많은 동맹국들은 등을 돌릴까? 스콜세지는 노쇠한 팍스 아메리카나를 걱정한다. 그렇게 <아이리시 맨>은 ‘노화’를 불쾌하지 않게 필름에 옮긴다. 무너진 인간관계, 급속히 퇴화된 육체, 그리고 구원을 바라는 후회들이 결말에서 만난다. 그 참회를 추모하듯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극장 문을 지나서야 발휘된다. 

   

슈퍼히어로들이 미국의 패권을 비판하고 있는 현재, 이제 더 이상 <대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좋은 친구들>, <펄프 픽션> 속 범죄조직들이 미국의 그림자를 상징하지 못한다. 흥행전선에 멀어진 갱스터 장르에게 만약에 묘비를 세워준다면 <아이리시 맨>이 꽤 괜찮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 (4.9/5.0)     

 

Good : 미국 현대사를 다루는 갱스터 장르의 최종장! 

Caution : 20세기 미국 현대사를 잘 모르신다면!    

 

●디에이징 기술에도 불구하고, 가끔 어색하게 티가 나요.


●  <아이리시 맨 OST>은 6070년대 올드 팝/록 사운드트랙은 스콜 세지답게 선곡이 완벽하다.

다만, 이번엔 스콜세지의 18번 "Gimme Shelter"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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