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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26. 2020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TOP 10

GOLDEN BERLINALE BEARS

혹시 영화제 수상작은 지겹다는 편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기생충>처럼 재밌는 수상작도 많습니다. 깐느, 베네치아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는 1951년부터 매년 2월에 열립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점령된 서 베를린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정치성을 굉장히 중시하는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에게 문호가 활짝 개방되어 있는 영화제이다. 우리나라의 홍상수가 대표적이다.





#10 : 엘리트 스쿼드 (The Elite Squad, 2007) 호세 파딜라

논란이 일었지만, [엘리트 스쿼드]는 액션스릴러 장르의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편은 브라질에서 <아바타>와 <다크 나이트>를 뛰어넘어 가장 높은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교황이 왕림할 빈민가의 갱단과 사투를 벌였던 경찰특공대 ‘보피’(B.O.P.E·실존하는 브라질 경찰특공대)의 대장 나시멘토(와그너 모라)가 주인공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사회의 악을 갱단에 한정하지 않는다.


관할 지역 안에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시체를 다른 구역에 옮기고 또 그 지역 경찰은 다른 지역으로 시체를 옮기고 하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했다. 치안이 불안한 브라질의 상황은 부패한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고 이처럼 간단하게 표현한다.




#9 : 베로니카 포스의 갈망 (Die Sehnsucht Der Veronika Voss, 1982)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였던 파스빈더 감독의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1979), 〈롤라〉(1981)와 함께 독일 연방공화국 역사 3부작으로 분류된다. 나치 시절 스타배우였으나 이제는 마약중독자가 된 베로니카 포스의 삶을 신문기자에 의해 추적한다. 한 여배우의 삶을 망가뜨린 여의사의 음모를 파헤이치는 과정에서 필름누아르풍의 시각스타일이 가미된 파스빈더식의 멜로드라마이다. 


파스빈더는 더글라스 셔크의 과장된 시각장치를 통해  독일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파시즘의 그림자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8 : 씬 레드 라인 (THE THIN RED LINE·1998) 테렌스 멜릭

<씬 레드 라인>은 태평양 전선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 너머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본성 등을 꼬집는 영화로 압도적인 감정적 울림과 철학적 깊이에 도달한다. 전쟁이 자연의 섭리인지 묻는 질문에서 시작된 영화는 사랑과 증오는 하나의 얼굴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혹은 전쟁은 필연적인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게다가 존 톨의 촬영에서 미뤄볼 때 이 영화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후 가장 시각적으로 놀라운 전쟁영화일지도 모른다.




#7 : 밤 (La Notte, 1961)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정사」(1960)로 시작해 「일식」(1962)으로 마감되는 느슨한 삼부작 중에 중간 작품인 「밤」은 안토니오니의 명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전성기에 발표됐다. 극도로 단순한 플롯은 성공적인 소설가 조반니 폰타노(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좌절에 빠진 그의 아내 리디아(잔느 모로) 사이의 사라진 열정을 다루고 있다. 밤낮으로 사교계를 오가는 부부의 일상을 묘사한다. 안토니오니의 인물들은 베르메르 혹은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 초상들처럼 대단히 고립된 채 체념하고 산다. 


안토니오니는 도시 곳곳에 경제 개발로 부서지고 새로 건설되는 풍경 아래 소외와 체감의 공간으로 묘사한다. 심리적으로 답답한 밀라노에서 개인의 정신적·정서적 일탈을 예민하게 채색한다. 영화의 가장 훌륭한 부분은 초반과 종반부에 몰려 있는데, 소설가가 죽어가는 친구(버나드 위키)를 만나러 간 병원에서 환자와의 짧은 만남 그리고 사업가(모니카 비티)의 딸과의 대화 장면에서 수시로 변하는 도시인의 충동과 기분을 탁월하게 포착한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한가로운 가든 파티가 어그러지는 시퀀스에서 아내가 유리 벽에 기대어 비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그녀의 지루함, 황량함, 절망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6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A Separation, 2011) 아쉬가르 파르하디

한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들여다보자. 아마 가족과 계급, 이혼, 종교적 신념, 정의, 젠더 정치학 등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영화는 부부가 이혼소송을 벌이지면서 시작한다, 그 과정을 따라 가다보면 종국에는 신념과 믿음이 얼마나 허망한지, 인지가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적나라하게 표출한다.





#5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隠し, 2001) 미야자키 하야오

과연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제약이 없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한 소녀가 노동, 전통, 황금만능주의, 자연, 우정 등 부딪치는 다양한 난관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녀 스스로 자신 안의 가능성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자연스러운 진행은 실로 놀랍다.


끝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다. 여러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은 찬밥신세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베를린 영화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용기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이 애니메이션을 선정했음을 밝힌다.




#4 : 산딸기 (Wild Strawberries, 1957) 잉마르 베리만

·베리만답지 않게 친근하고 따뜻하게 위로를 건넨다. 이삭 보리라는 노회한 교수가 명예학위를 받으러 스톡홀름에서 룬드로 향하는 하루 동안의 여행길을 뒤밟는다. 이 여정은 그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실과 환상, 또는 회상에서 과거와 현재가 자유로이 접합하는 회고 속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상처·고통·고독·후회·용서·구원까지 삶의 본질이 담겨있다. 




#3 :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폴 토마스 앤더슨

로버트 알트만의 진정한 후계자가 나타났다. 알트만처럼 성서적 인용과 암시를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면 출애굽기 8장 2절의 ‘네가 만일 보내기를 거절하면 내가 개구리로 너의 온 땅을 치리라’을 영화적으로 구현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PTA)은 로버트 알트만과 쿠엔틴 타란티노에게서 배운 다중 플롯을 활용해서 삶의 우연들을 영화적인 필연으로 설득해낸다. PTA가 자주 다루는 주제인 ‘가족주의‘에 내제된 위선과 폭력을 여과 없이 폭로한다.




#2 : 공포의 보수 (Le Salaire De La Peur, 1953) 앙리 조르주 클루조

작년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르주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10편중에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영화의 3분의 1을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인다. 남아메리카의 빈민촌을 배경으로 궁색하고 비참한 룸펜들의 지루한 일상을 길게 조명한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하고, 정글을 뚫고서 폭발물을 운반할 트럭 운전수를 모집하게 된다. 이때부터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서스펜스의 대가가 관객들의 숨통을 조인다.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프랑스 영화 특유의 허무주의적인 색채로 마무리한다.


여담으로 1977년에 윌리엄 프리드킨이 <소서러(Sorcerer)>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계획을 밝히면서 앙리-조르주 클루조에게 “하지만 감독님 작품만큼 잘 만들지는 못할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아차상

사촌들 (Les Cousins, 1959) 클로드 샤브롤

알파빌 (Alphaville, 1965) 장 뤽 고다르

핀치 콘티니의 정원 (Il Giardino Dei Finzi-Contini, 1970) 비토리오 데 시카

대지의 눈물 (Distant Thunder, 1973) 사티야지트 레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The Father, 1994) 짐 셰리던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1996) 이안

래리 플린트 (The People VS. Larry Flynt, 1997) 밀로스 포먼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Testről és lélekről, 2017) 일디코 옌예디

배드 럭 뱅잉 (Babardeală cu bucluc sau porno balamuc·2021) 라드 주드 





#1 : 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시드니 루멧

다수가 ‘맞다’고 말하는데, 자기만 ‘틀리다’고 말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자기의 신념이 강하더라도 집단의 압력을 이겨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왕따가 되기 싫어서 왕따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지 않은가?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동조현상'이라 부르는 심리현상을 필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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