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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16. 2020

남산의 부장들 [심리의 재구성]

<남산의 부장들> 후기

《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2020)》 후기·리뷰_심리의 재구성



<남산의 부장들>은 왜 김규평 a.k.a. 김재규(이병헌)가 10·26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를 2시간 동안 보여준다. 김재규의 시점에서 박정희, 차지철, 김형욱과의 관계와 심리를 추적한 일종의 심리 스릴러다. 하지만,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 때처럼 김재규의 심리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는 우민호 감독이 10·26 사태를 ‘중립적’으로 다루겠다고 공언한바 그대로이다.      



관찰자로서 절제된 이병헌의 연기에 비해 관찰 대상인 이성민이 분한 박통은 <공작>이 떠오를 만큼 입체적이다.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차갑고 무자비하며 때로는 광기를 드러낸다. 한편 육사 후배인 김재규와의 오랜 인연과 2인자에 대한 격려와 견제, 그리고 절대적인 1인자로써의 허무함과 고독함 등을 훌륭히 표현했다. 두 배우 다 혼자 연기할 때보다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과 앙상블을 이룰 때 몰입감이 나아졌다.     



우민호 감독은 누아르 옴니버스 연작을 즉, <내부자들>, <마약왕>에 이어 <욕망 3부작>을 완성한다. 연출은 기본에 충실했다. 누아르 특유의 로키(Low-Key) 조명을 통해 그림자 실루엣을 드리워서 권력투쟁의 압박감을 잘 표현하고, 인물들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다룰 때 흔히 쓰는 클로즈업 방식도 적재적소에 잘 썼으나 해외 로케이션 장면은 다소 투박하게 촬영됐다. 다른 건 평이하다고 손 치더라도 절제된 대사가 특이했다.    

 

‘여백의 미’라고나 할까? (관객의 예상을 피하기 위해) 있어야 할 대사를 의도적으로 생략함으로써 아이러니를 이끄어낸다. 실제 역사와 비교해보면 빵 터질 풍자로 읽히기도 한다.      


<남산의 부장들>은 상업 영화답게 안전하다. 모든 사건이 김 부장(이병헌) 위주로 돌아간다. 이병헌의 관찰자 시점으로만 영화를 진행시키다 보니까 다른 인물들은 피상적으로 그려진다. 이쯤 해서 ‘중립적’으로 그리겠다는 연출 의도의 정체가 밝혀진다. “왜”에 대한 역사적 재해석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동일한 사건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 (2005)>과 비교해보면, 각각 40일과 하룻밤을 다룬 물리적 차이점도 있지만, <그때 그 사람들>은 역사적 인물들을 조롱하지만, <남산의 부장들>은 관찰 즉, 그저 엿본다. 이 점이 영화가 큰 약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이다 보니까) 누아르 특유의 권력 다툼에서의 구도가 완만해진 이유다.      

     

★★★ (3.0/5.0)     

 

Good : 이성민과 이병헌의 연기 앙상블을 지켜보는 재미!

Caution : 전체적으로는 괜찮으나 따로 떼놓고 보면 아쉽다.

    

●원작 소설이 1990년에 동아일보에서 연재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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