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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13. 2023

이니셰린의 밴시^금이 간 우정

《The Banshees Of Inisherin·2022》노 스포 후기

[줄거리] 아일랜드 내전의 마지막 진통이 있었던 1923년에 본토와 멀리 떨어진 아란 제도의 이니셰린섬에 ‘파우릭(콜린 파렐)‘이 살았다. 어느 날 돌연 절친인 ‘콜름’(브렌단 글리슨)으로부터 절교를 선언당한다. 그래서 관계를 회복해보려 할수록 상황은 꼬여만 가는데...      


금이 간 우정에 녹아든 역사와 사회와 개인의 비극

보면서 <웰컴 투 동막골>가 연상됐다.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이니셰린의 밴시>를 이해하기 쉽다.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에는 아일랜드 내전의 총소리가 들려오지만, 직접적인 여파가 전달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두 남자의 다툼은 본토에서의 갈등을 축소판으로 재현한다.    

  

이해를 돕고자 잠시 아일랜드 내전을 소개하자면, 1919년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벌여 아일랜드는 독립을 쟁취한다. 1921년 영국 지배하에 자치권을 획득한 영국-아일랜드 조약(Anglo-Irish Treaty, 영애조약)으로 아일랜드는 둘로 나뉘었다. 조약을 찬성한 아일랜드 자유국 국방군과 조약을 반대한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사이에 1922년 6월에서 1923년 5월에 걸쳐 약 1년간 내전이 발발했다. 전쟁이 끝났지만, 195-60년대 사멸작전으로 소탕이 계속되었다. 영국의회의 직접 통치를 종식한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맺어졌으나 영애조약에 불만인 세력이 잔존한다.   

  

이런 내전의 상흔이 두 사람의 절교 선언으로 대체된다. 영화를 보면 콜름의 행동은 “왜 저렇게 까지 하나?”라고 싶을 만큼 이상하고 과격하다. 파우릭과 콜름도 서로 다투다가 무엇 때문에 절교하게 되었는지 불명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원망하는 앙금은 남아있다. 1953년 총성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 상태다. 6·25 전쟁이 중지되었을 뿐 종식되지 않았다. 


마틴 맥도나는 아일랜드 내전을 직설적으로 비유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친구에서 적으로 돌변하게 된 상황을 그린다. 단적인 예로 콜름의 오두막 현관문은 빨갛게 칠해져 있는 반면, 파드릭은 녹색이다. 개신교-친영국파와 가톨릭-아일랜드 민족주의파의 북아일랜드 분쟁을 묘사한다.          


훌륭한 풍자와 해학

이런 정치적 맥락을 모르고 관람해도 그냥 다크 코미디로 즐기면 된다. 집안에 애완당나귀‘제니’를 키우며 유유자적하는 낙농업자 파우릭은 친구와 펍에서 수다를 나누는 게 인생의 낙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그의 상식적인 여동생 ‘시오반(케리 콘돈)’은 오빠의 동물친구들로 인해 거실이 헛간으로 전락하는 것을 싫어한다. 


한편 음악과 사색을 사랑하는 지성인 콜름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모차르트를 사랑하고 시대를 초월한 곡을 쓰고 싶어 한다. 자신은 곡작업에 집중하고 싶다며 무의미한 수다를 떨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러면서 파우릭에게 은근슬쩍 자작곡을 파우릭의 장례식에 연주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제멋대로 갑자기 관계를 정리한 주제에 파우릭의 의향을 묻는 의도는 매우 불순하다.      


여기서 영화는 두 가지 질문을 남긴다. 첫째, 연령, 직업, 가치관, 계급이 다른 사람들끼리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를 묻는다. 둘째, 노동계급의 파우릭과 지식인 콜름이 예술의 지속성에 관해 토론하는 장면에서는 감독 본인이 갖는 창작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총평

마틴 맥도나는 우스꽝스러운 말다툼으로 2시간 동안 지적인 유희와 오락을 제공한다. 그 원동력은 간단하다. 모든 캐릭터들은 이율배반적이고 자기모순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미닉(배리 키오건)은 경찰관인 아버지로부터 구박받지만 뭔가 모를 음침함과 불온함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한 여자에 대한 순애보를 보여준다. 재밌는 캐릭터들이 필름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영화는 한 남자가 상대의 의도를 모를 때 발생하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만약에 개인 간의 일을 초월해 단체, 지역, 국가 단위로 정보가 차단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혼란과 불안이 벌어지고 종국에는 혐오와 공격, 보복이 이어진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각자가 판단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뉴스에서 자주 보인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무시무시한 호소를 외면할 수 없게 한다.  

     

★★★★  (4.0/5.0)   

   

Good : 개인과 사회와 역사를 엮은 우정찬가

Caution : 조금 과한 해프닝들


■영화는 호평을 받으며 영화제 수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조연배우 4명이 모두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파우릭 역을 맡은 콜린 파렐은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 중 하나다. 그는 1월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동막골의 모티브가 된 강원도 정선군 여랑면은  6·25이 끝날 때까지 전쟁이 일어난 지 몰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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