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스토리는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초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역대급 로맨틱 코미디를 한번 카운트다운 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로코’라 줄이듯 미국에서는 롬콤(romcom 또는 rom-com)이라 지칭합니다. 그럼 화이트 데이 특집을 시작하겠습니다.
#100 : 달짝지근해: 7510 (HoneySweet 2022) 이한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음으로 그들의 사랑이 더욱 순수하게 다가온다. 아파트와 자동차, 개업 사무실 등 열쇠 3개를 혼수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중년의 사랑이 순수할 수 있다는 명제를 충족한다.
#99 : 프로포즈 (The Proposal·2009) 앤 플레처
뉴욕에서 잘 나가는 출판사 편집장 '마가렛 테이트(산드라 불록)'은 미국 체류 비자 신청이 거부된 사실을 알게 되자 캐나다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비서 '앤드류 팩스턴(라이언 레이놀즈)'에게 승진을 약속하고, 청혼을 강요한다. 결혼준비하기 위해 시댁으로 향하는 순간 감정이 요동친다. 위계의 직장 코미디는 위장 결혼 로맨스를 거쳐 전원에서 도시인의 자아를 찾는 여정으로 마무리된다.
#98 :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How To Lose A Guy In 10 Days·2003) 도날드 페트리
인간은 특이하게도 ‘해라(Do)’보다 ‘하지 마라(Do not)‘에 더 흥미를 생긴다. 여성지 기자 앤디(케이트 허드슨)는 매번 일주일을 못 넘기고 남자에게 차이는 한 동료로부터 칼럼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본인이 몸소 남자가 싫어할 진상이 되기로 작정하고 근사한 남자 베리(매튜 매커너헤이)에게 버림받기를 테스트해 본다. 미용실에서 뒤적거리는 잡지 기사처럼, 영화는 몇 까지 유용한 팁을 줄 뿐이지만, 적어도 수동적인 ’구애(求愛)‘보다 도발적이고 쿨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97 :엘리멘탈 (Elemental·2023) 피터 손
재미교포 2세인 피터 손은 유년의 기억을 작품 곳곳에 투영시켜 놓았다. 서로의 생김새, 억양, 문화관습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이방인으로 성장한 이민 2세대의 고충을 나누며 동질감을 느낀다. 디즈니답게 대상을 의인화한 ‘도시’가 주요 배경이며, 검증된 롬콤(Rom-Com) 공식을 이탈하지 않는다.
#96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2018) 수잔 존슨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은 하이틴 롬콤 규칙에 충실히 따르지만, 아시안 콘텐츠가 북미 시장에서 관객을 사로잡게 된 새로운 케이스 스터디라 할 만하다.
#95 : 우리 사이 어쩌면 (Always Be My Maybe·2019) 나나치카 칸
유명 셰프 사샤(앨리 웡)와 무명 뮤지션 마커스(랜들 박)는 성역할을 전복하며 ‘토이 보이(Toy Boy)’ 애완남 시대라고 선포한다. 성공한 여성이 순종적인 남성을 소유하는 남녀의 계급차를 뒤집는다. 동양계 감독과 배우들이 미국인이 생각하는 인종적 편견을 꼬집는 대목도 신선하다. 그리고 예수를 닮은 ‘그분’이 나온다.
#94 : 30일 (Love Reset·2023) 남대중
'코믹 로맨스'라고 소개하는 영화는 시작부터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발상을 뒤집는 뒤집는다. 이혼 조정하다가 동반 기억 상실에 걸린 부부는 ‘사랑도 다시 리부트 되나요?’며 그때의 열정을 회복한다. 결혼생활하면서 겪는 성격차이, 집안문제 등을 한국인만이 이해하는 개그코드로 사정없이 웃긴다.
#93 : 대통령의 연인 (The American President·1995) 롭 라이너
재선을 앞둔 앤드류 셰퍼드 대통령은 환경보호협회가 보낸 로비스트 시드니 웨이드에게 한 눈에 반한다. 비서가 해주겠다는데도 굳이 자기가 직접 애인에게 꽃을 보내겠다고 꽃집 번호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 로맨티스트다. 연애 과정은 진부하지만, 입법 과정은 치밀한 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도입 등 환경 법안과 법죄를 줄이기 위해 총기 소유를 일부 제한하는 정책 사이에서 행정부 수반으로 고민하는 과정을 로코물에서 드문 광경이 아닌가 싶다.
#92 :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Crazy Rich Asians·2018) 존 추
글로벌 경제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동양식 멜로드라마를 서구적으로 편곡한다. 할리우드 롬콤 공식대로 착착 진행해 나가면서도 동양인의 편견을 꼬집는 대목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 같다.
이 영화의 성공을 계기로 〈기생충〉, 〈미나리〉, 〈에브리원 에브리씽 올 앳 원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서치〉, 〈페어웰〉, 〈라야와 마지막 드래건〉 등 아시아 문화를 다룬 콘텐츠들이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91 :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Music And Lyrics·2007) 마크 로렌스
80년대에 인기 듀오 ‘팝‘의 일원이었던 남자가 곡을 쓰고, 한때 작가지망생이었던 가사를 쓰는 협업을 하다가 그들 사이에 애정이 싹튼다. 이 로맨틱 코미디는 음악이 주는 힘을 믿고 있다.
〈Way Back Into Love〉, 〈Don't Write Me Off〉,〈Pop! Goes My Heart〉,〈Meaningless Kiss〉
은 80년대 올드 팝을 성심성의껏 재현한다. 한편, 〈Entering Bootytown〉 같은 밀레니엄 팝으로 동시대와도 호흡을 같이 한다. 즉 남녀노소 누구라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90 :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Set It Up·2018) 클레어 스켈론
넷플릭스가 관객의 외면을 받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성공리에 부활시켰다. 두 명의 회사 비서(조이 도이치, 글렌 파월)는 고압적인 상사(루시 리우, 테이 딕스)에게 지친 나머지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두 사람을 엮어줄 계획을 세우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89 : 레이디 수잔 (Love & Friendship·2016) 휘트 스틸먼
가부장제는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되었을까? 바로 여성이 적극 협조하고 보호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의 처녀소설을 사악하게 각색했지만, 작가의 절제된 재치를 만끽하면서 당대 사회적 미덕을 차례로 뒤집는 전복을 단행한다.
미워할 수 없는 악녀 ‘수잔(케이트 베킨세일)’은 “도덕심과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재력이 필요하다”며 가부장제를 은밀히 획책하고 방어한다. 그녀는 딸 프레데리카를 졸부 ‘제임스 경’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지만 자기 꾀에 되레 넘어진다. 진정으로 팜므파탈을 아끼는 것은 미국인 앨리슨 존슨 부인이다. 결혼에 대해 친구의 조언을 들었더라면 그녀의 허영과 위선은 실현되었겠지만 그렇다면 수잔의 활약상을 놓쳤을 것이다.
#88 : 슬리핑 위드 아더 피플 (Sleeping With Other People·2016) 레슬리 헤드랜드
영화는 섹스 코미디를 2010년대에 걸맞게 업데이트한다. 성적 긴장감을 조성된 가운데, 프랭크 카프라, 빌리 와일러, 롭 라이너, 노라 애프론 같은 선조들의 작품들처럼 시끌벅적하게 웃긴다. 시원시원한 19금 대화 속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 진정성이 느껴지고 종국에는 절박함으로 다가온다.
#87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Vicky Cristina Barcelona·2008) 우디 앨런
매혹적인 비관주의 코미디(Tragicomedy)는 달콤한 지중해의 매혹적인 풍광 속에 펼쳐지는 남녀상열지사는 짜릿하다. 둘이 하면 커플, 셋이면 삼각관계, 그렇다면 넷이서 동시에 사랑하면 뭐라 부를까요? 막 나가는 이야기도 대가가 만들면 이토록 은밀하게 우리의 가치관을 흔든다.
#86 : 인 굿 컴퍼니 (In Good Company·2004) 폴 웨이츠
아빠의 웬수 같은 직장 상사와 사랑에 빠진 딸이라는 웃픈 상황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가슴 따뜻한 드라마에 양념 같은 로맨틱 코미디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출하지 않은 아버지의 이야기이며, (자식을 위해) 딸의 남자친구에게 아버지처럼 상담을 해준다. 〈신부의 아버지〉 같은 가족 코미디이지만, 매몰찬 기업 윤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 현실의 냉기와 희망의 온기를 짊어지고, 잔잔하게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만든다. 특히 중년의 위기와 청춘의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시선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85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All For Love·2005) 민규동
각기 다른 여섯 커플의 사랑을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다중스토리 구조’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부모님, 친구, 형제, 동료, 선후배 그리고 연인으로 말이다. 하지만 항상 사이가 좋을 수 없어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다. 그래도 서로 사랑에 의지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여러 낱말로 변한다, 우정·우애·희망·좌절·절망·감동·눈물·아픔·열정 그리고 그리움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류의 최고의 관심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다양한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방식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84 : 내 이야기!! (俺物語!!·2015) 가와이 하야토
일본에서 순정만화를 실사화할 때 원작과 100% 싱크로를 맞춘답시고 병맛으로 가기 십상인데 "어랏!" 생각보다 멀쩡했다. 특히 짝사랑하는 여고생의 심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도리어 여성이라서 머뭇거리는 그 감정선을 은근 섬세하게 그렸다.
#83 : 연애의 온도 (Very Ordinary Couple·2013) 노덕
사랑은 마그마처럼 뜨거워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얼음장처럼 차가워질 수도 있는 감정이다.
#82 : 예스맨 (Yes Man·2008) 페이튼 리드
매사 부정적인 주인공이 "예스"를 외치면서 인생이 바뀐다. 짐 캐리와 밴드 본 이바(Von Iva), 얼스(Eals) 등이 무한긍정주의를 노래한다.
#81 :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2000)/로맨틱 홀리데이 (The Holiday·2006) 낸시 마이어스
많은 여성들이 ‘오빠 내 맘 몰라?’라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왓 위민 원트〉는 보편적인 여성들의 ‘컴플레인(complain)’을 접수한다. 어느 날 닉 마샬(멜 깁슨)은 여성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이 생겼다. 남성우월론자인 주인공은 여심을 이용하려 들지만, 상사 달시(헬렌 헌트)의 생각을 읽게 되고 그녀의 고결함에 이끌리게 된다. 그는 여성의 고통을 십분 헤아리는 동안 사랑을 깨닫게 된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휴일 동안 서로의 집과 차를 바꾸는 '홈 익스체인지'라는 서비스를 통해 두 커플의 사랑을 훈훈하게 그리고 있다. 낸시 마이어스가 만들어낸 마법이 당신의 얼어붙은 심장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