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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유년의 종말

《Happyend·2024》

by TERU
%ED%95%B4%ED%94%BC%EC%97%94%EB%93%9C_1.jpg?type=w1 태풍클럽의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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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의 소라 네오 감독은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9/11 테러를 겪었고, 3/11 도후쿠 대지진으로 정치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현대사를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고, 1923년 관동 대지진에서 조선인 학살을 알게 되어 재일조선인 `코우(히다카 유키토)‘를 창안했다고 밝혔다.


“2024년인 지금도 정부는 긴급사태 조항을 발행해 긴급 시 권한을 집중시키는 구조가 마련됐고, 사회 일각에서는 증오심이 만연해 있죠. 가와구치시에서는 쿠르드족 차별이 기승을 부리고 자경단을 자처하는 집단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1923년에 일어난 일과 지금의 상황이 겹쳐서 앞으로 또 큰 지진이 일어나면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위기감을 갖고 있습니다.” -소라 네오 감독


두 주인공 코우와 유타(구리하라 하야토) 그리고 아타(하야시 유타), 중국계 일본인`밍(시나 펭)’, 미국계 일본인`톰(아라지)’은 음악 동아리 멤버이자 절친 사이다. 대지진의 공포로 인해 총리는 비상 권한을 행사해 연설 도중 도시락을 면전에 얻어맞는 등 정국이 어수선하다. 어느 날 밤, 이 친구들은 교장에게 중대한 장난을 치고, 그 사건으로 인해 학교에 감시 시스템이 설치된다. 억압적인 보안 시스템과 극우화되는 정치 상황 사이에 갇힌 이 친구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면서, 그동안 직면하지 않았던 차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①국민 vs 비국민


《해피엔드》은 국민인 유타와 비국민인 코우의 처지를 대비시킨다. 미성년자로서 몰래 공연장에 갔다가 경찰이 들이닥쳐도 유타는 음악에만 몰두했지만, 코우는 경찰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다 검문을 당하고 “특별영주자 증명서”를 요구받는다. 또 퇴학당한 유타는 길거리에서 엄마에게 혼나며 귀가하지만, 시위에 나간 코우는 경찰에게 체포되고, 학교에서 보호자 소환 처분이 떨어지고, 엄마와 밤에 귀가하는 도중에는 맞은편에서 자율방범대가 전등을 비추며 불심검문을 당한다.


엄마 가게 출입구 커튼에 “비국민” 낙서를 본 날, 압수당한 장비(서브우퍼)를 옮기다가 순찰 대원에게 걸려서 특별영주자 증명서를 요구받는 일을 또 겪는다. 자위대원이 특강을 온 날에 코우는 말없이 다리를 떤다. 이것은 지진 경보로 인해 유타와 코우가 함께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는 장면과 연결된다. 지진은 국민이건 외국인이건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찾아오지만, 경찰, 교직원, 자율 방범대(주민)에게 코우는 주변인(이방인) 신세로 배척당한다. 트럼프 이후 비국민(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배척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이 늘었다. 그러한 동시대성이 우타와 코우는 왜 다르게 행동했을지를 설명해 줄 단서가 된다.


감독은 “생각해 보면 내가 성장했을 때에도 사회정치적 문제를 깊이 고민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 장난치고 10대 특유의 철없음을 즐기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이러한 부분도 진솔하게 담고 싶었다.”라며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강조한다. 즉 《해피엔드》은 발터 베냐민이 말했듯이 “아이들은 충격을 받거나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을 놀이로 삼는다"라는 명제에 충실하다. 학교와 정부의 정치적 억압을 직면하며 두 주인공 유타와 코우는 교장에게 장난치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러다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한다. 한 명은 급진적인 변화를 위해 싸우고, 다른 한 명은 정신적 쾌락을 추구한다. 서로의 견해 차이를 솔직하게 표현할 줄 모르는 두 절친 사이에 마찰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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