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Солнце·2005) 후기 해석
렘브란트의 영향을 받은 《태양》의 화면은 칙칙하다. 태양의 여신 아라테라스의 자손으로 일본 신민을 태양처럼 굽이 살피던 쇼와 천황 `히로히토‘는 종전을 앞두고 심기가 불편하고 절망적이었다. 쇼와 천황은 유럽식 아침 식사를 즐겨했지만, 패망의 날이라 입맛이 없었다. 어전 회의에서 미군의 본토 상륙을 보고 받고, 할아버지 메이지 천황의 시로 답하지만, 내각의 주요 관료와 군 장성의 표정은 무슨 의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이 히틀러를 다룬 〈몰로흐〉 (1999)와 레닌을 다룬 〈황소자리〉(2001)에 쇼와 천황을 다룬 《태양》 그리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파우스트〉(2011)까지 '권력 4부작‘을 완결 짓는다. 일체 인공조명이 배제해 명암을 대조하여 인간 히로히토를 그린다. 태양의 나라에서 태양으로 군림했으나, 이제 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는 전범 히로히토의 초상화를 채도를 낮춰 무채색에 가깝게 그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인간선언’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왕의 하루 일과로 축약해서 보여준다. 짧게 알아보자면, 1946년 1월 1일에 히로히토가 일본 황실은 신의 후예(神裔)이라고 주장하지만, 신 그 자체라고는 주장하지 않는 `인간 선언‘을 결정하게 된 경위를 따진다. 메이지 유신 이전에 일본인은 천황(天皇)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에도 막부를 무너뜨리고 국가의 상징으로 천황을 세우면서 살아있는 신 그 자체인 현인신(現人神) 사상을 내세웠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일본에서 태평양 전쟁의 구심점을 사라지게 하려는 했다. 더글라스 맥아더가 히로히토에게 전하자, 히로히토 역시 일본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처벌받지 않기 위해 응했다. 웃긴 점은 다른 추측국의 히틀러, 무솔리니도 숭배되었지만, 신으로 모시지 않았듯이 일본인도 천황을 신으로 여기지 않았다. 미국이 예상했던 소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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