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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티리얼리스트*미시적으로 사랑을 사유하다

《Materialists·2025》해석

by TERU

㉠안티(anti) 로맨틱 코미디


예고편에 마돈나의 '물질적인 여자(Material Girl)'이 나오길래 `루시(다코다 존스)'는 말 그대로 돈 없는 남자는 차버리고 '현찰과 신용카드를 아끼지 않는' 남자만을 고를 줄 알았는데, 이전에 사귀었던 무명 배우 겸 웨이터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 고민하는 중매인(커플 매니저)의 이야기다.


루시는 현대 데이트 문화를 다음과 같이 본다. 중매인으로서 그녀는 고객을 사무적으로 대하며, 외모·소득·종교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고객 정보를 수치화해서 비슷한 조건의 사람을 구해준다. 그렇게 영화는 데이트를 `취업 면접’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을 질책하며, 알고리즘이 우리의 연애를 망쳤는지를 야유한다. 남녀 고객을 등급별로 분류하고 조건이 비슷한 만남을 주선하는 몽타주 장면으로 강하게 비판한다.


심지어 루시는 자신을 월척이라며 조건이 까다로운 고객에게 “당신은 월척이 아닙니다, 당신은 물고기가 아니니깐요”라며 찰지게 면박을 줄 정도로 계산적이고 냉정한 여자로 그려진다. 이것이 《머티리얼리스트》가 조금도 로맨틱하지 않게 되는 원인이 된다.


정작 루시는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금융가이고, 집안도 학벌도 외모도 결혼 정보회사 등급표에서 완벽한 `유니콘‘으로 불리는 이상적인 남자 `해리(페드로 파스칼)'로부터 플로팅 당한다. 해리는 데이트를 신청하며 그녀에게 이상형을 묻는다. 루시는 망설임 없이"돈을 셀 수 없이 미칠 듯이 돈이 많은 남자"라고 대놓고 면박을 준다. 해리는 고급 레스토랑과 마이바흐 자가용, 1200만 불짜리 집으로 공략하고 마침내 승낙한다. 하지만 5년 전 주차비 25달러가 없다는 이유로 다퉈서 결국 헤어진 전 남자친구 `존(크리스 에번스)'에 대한 미련을 거두지 않은 상태다. 여기까진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훌륭한 직장드라마 그러나 물질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루시가 사는 곳을 3명의 주인공 중 유일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는 쇼핑조차 하지 않고, 핸드백조차 열지 않는다. 물질적인 여자라고 선전하길래, 베블린 효과라는지 마릴린 먼로, 마돈나, 사브리나 카펜터처럼 속물을 당당하게 밝힐 줄 알았는데,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대사" 빼곤 속물다운 면모를 일절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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