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till Here (2024) 후기
브라질 역사는 우리나라와 닮았다. 식민지 때부터 형성된 매국노들이 기득권을 형성하고, 군사 독재와 검찰의 연성쿠데타, 사법 농단, 극우화까지 비슷한 역사를 공유했다. 《아임 스틸 히어》은 다섯 아이의 어머니인 유니스 파이바(페르난다 토히스)를 중심으로 한다.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한동안 망명했던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그녀의 남편 루벤스 파이바(셀튼 멜로)은 1971년 검찰에 의해 "실종"되었다.
의외로 유쾌한 가족영화처럼 시작한다. 바닷가에 뛰어노는 아이들, 저녁 무렵, 건설사에 다니는 아버지가 퇴근하고서 자식들을 안아주는 모습, 그런 단란한 가정을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는 주인공을 슬쩍 비춰준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가 주인공인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단란한 가정에 '총기'를 휴대한 공안 요원이 들이닥친다. 영문도 모르게 남편을 끌려가고 가족들은 패닉에 빠진다. 이때부터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던 주인공이 동요하는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신파나,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고 매우 차분하게 한 가정의 불안을 탐구한다.
검찰은 가족에 체포조를 보낸다. 주인공도 둘째 딸과 함께 심문을 받지만, 남편에 대한 석방은 요원하다.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뒤늦게 변호사가 되었고, 인권 운동에 뛰어든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아들 마르셀로가 2015년 쓴 동명의 회고록이 영화의 원작이 되었다.
바우테르 셀레스 감독은 자신의 고향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진 참극에 분노나 슬픔 등 감정적 요구가 끼어들지 못하게 차단한다. 비폭력을 통해 상대의 폭력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국가 및 인권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위로하며, 수천 명의 데사파레시도(실종자) 사건을 재조명했다. 주인공과 파이바 가족은 자신이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자녀들의 행복이 독재 정권에 대한 궁극적인 복수라는 거를 잘 알고 있다.
군사 독재를 다룬 우리 영화라면 격정적으로 감정을 고조시키겠지만 서정적인 화면이 브라질 군부와 검찰의 불의를 부각시키는 방식이 신선했다. 그리고 가족영화처럼 파이바 가족의 일상을 수퍼-16과 35mm로 촬영된 푸티지를 통해 영화는 희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입한다. 음악이 훌륭한데, 톰 제(Tom Zé)와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o) 같은 트로피칼리아 아티스트들의 브라질 음악과 음악감독 워렌 엘리스의 사색적인 단조 풍 스코어가 균형을 이룬다.
★★★ (3.2/5.0)
Good : 너희는 졌고 우리는 이겼어.
Caution : 군부와 검찰이 남긴 현대사의 상흔
■어릴 적 영화속 파이바 가족의 집에서 자주 놀러갔던 바우테르 살레스는 이 영화를 "상실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자 국가에 남긴 상처의 거울"이라고 소개했다. 브라질에서 568만명 관객을 동원해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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