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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리코르디아*동치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Miséricorde (2024) 스포일러 후기, 해석

by TERU

제빵사 제레미 파스토르(펠릭스 키실)는 동네 빵집 사장이자 스승인 장피에르의 장례식을 위해 고향마을로 돌아온다. 잘생긴 청년의 등장에 이웃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고(故) 장피에르의 미망인 마르틴(카트린 프로), 아들이자 소꿉친구 뱅상(장 밥티스트 뒤랑), 또 다른 소꿉친구 왈테르(다비드 아얄라), 그리고 마을 성당의 필리프(자크 드블레) 신부를 매혹시킨다. 억눌린 원한이 격렬하게 폭발하자 제레미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자신의 매력이 구원의 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보편적이지 않은 욕망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영화

미세르코르디아_3.jpg 제목은 '자비', '종교적 관용'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미세리코르디아》는 아주 대중적인 화법의 범죄스릴러이다. 분노, 증오, 복수, 사랑, 정욕 등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감정과 동기에 기반하고 있어서 장면마다 이해 못 할 건 없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뻔히 보이고, 줄거리를 주변에 거침없이 설명할 수 있음에도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왜일까?


제레미는 시체를 묻고 어떻게든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조그마한 동네라서 비밀이 존재하기 어렵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동네에 갈만한 곳도 한정되어 있다. 다들 제레미를 의심하고 본인도 죄의식에 시달린다. 필리프 신부가 제레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자비롭게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여기서부터 《미세리코르디아》의 진짜 정체가 밝혀진다. 바로 에로틱 스릴러, 즉 치정극이다.


보통의 치정극이 아니라서 난감하다. 남성기가 두 번 나오는 것처럼 알랭 기로디 감독은 관객이 불편하든 말든 자신의 미학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예술가이기에 클리셰 따위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보통 영화에서 주인공은 욕망의 주체로써 그의 입장에서 줄거리가 진행된다. 《미세리코르디아》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오프닝에서 누가 차를 운전하는지 한참 뒤에서야 제레미인 것을 보여준다. 그런 식으로 주체인 것 같지만, 객채가 된다는 것을 영화적으로 보여준다. 즉 대상화시켜 버린다. 주인공을 주어로 둘 때도 있고, 목적어로 둘 때도 있어서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한다.


㉡욕망이 좌절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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