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We Imagine As Light·2024》해설
파얄 카파디아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 영화의 선입견을 깬다. 인도 영화라기보다는 대만 뉴웨이브와 대니 보일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영국 영화연구소(사이트 앤 사운드)와 필름 코멘트, 뉴욕타임스가 2024년 올해의 영화에 1위에 올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고향, 세대와 계층이 다른 세 주인공이 상경해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간호사 프라바(카니 쿠스루티)와 아누(디브야 프라바)는 한집에서 살고 있다. 프라바는 정략결혼 이후에 독일로 떠난 남편의 연락이 뜸해진 지 오래고, 아누는 무슬림 남자와 사랑에 빠져 둘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밤거리를 배회한다. 같은 병원의 요리사 파르바티(차야 카담)는 20년 넘게 산 아파트의 실거주를 입증할 서류와 소유주인 남편이 세상에 없다는 이유로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다.
대한민국에 대입하면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세 여성이 결혼, 종교, 주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것을 촉발한 원인은 남성우위의 인도 사회의 후진성에 기인한다. 아내는 소식이 끊긴 남편을 불만 없이 기다려야 정상이고, 미혼 여성은 집안끼리 점지한 남성이 아닌 남자를 만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자리 잡고 있다. 또 남편이 죽으면 아내의 주거권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곤경이 닥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여성을 비춘다. 한 시간 넘게 삶에 지친 여성들은 밤마다 외로움과 막막함에 시달리다 다음날 출근한다. 프라바는 독일에서 보낸 전기밥통을 끌어안고 남편의 부재를 토로한다. 썸을 타고 있는 동료 의사가 건네준 시집을 읽으며 외로움을 달린다. 아누는 혼전 섹스가 터부시하는 인도 사회에서 무슬림 남자친구랑 함께 할 공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파르바티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증명 서류를 찾으려고 아파트 곳곳을 뒤진다.
꿈의 도시는 그녀들에게 꿈과 희망, (사랑할) 자유를 허락지 않는다. 그럼에도 뭄바이에 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일까? 영화에서 뭄바이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도시가 아님에도 사람들은 만족하는 이유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된다. 아메리칸 드림처럼 이것을 '인디아 드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뭄바이에 모여든 타지 사람들이 모두 꿈과 희망을 갖고 있기에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오늘을 버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주인공 프라바는 "어둠 속에서 빛을 상상해야 한다"라는 대사처럼 영화는 뭄바이의 밤을 자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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