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을 든 소녀^악(惡)의 준동

The Girl With The Needle (2024)

by TERU

1차 대전에 남편을 떠나보낸 카롤리네 (빅 카르멘 손)은 방직 공장에서 일하지만, 월세를 내지 못해 아파트에서 퇴거당한다. 그녀는 가난을 벗어나기에 가장 손쉬운 선택을 한다. 부유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으나 시어머니가 개입하고 뱃속의 아이 외에 남은 게 없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부상 입은 채로 생환한다.


카롤리네는 뱃속 아이와 헤어지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실패한다. 그때, 다그마르 (트란 디어홀름)라는 여인의 도움으로 그녀는 위기를 넘긴다. 다그마르는 위탁가정을 찾아주는 일을 하며, 자신을 찾아오는 여성들에게 아이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선량한 이들에게 맡겨질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카롤리네는 두려움과 에테르에 의지한 채 불법 입양시설에서 고아를 돌보는 유모로 지낸다. 그녀가 끔찍한 일의 공범임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게 필요했던 거야. 난 당신들이 두려워서 못 하는 걸 했을 뿐이야."-다그마르

《바늘을 든 소녀》는 1913년부터 1920년까지 덴마크에서 9명에서 50명 이상의 유아 연쇄살인마 '다그마르 오베르뷔(트란 디어홀름)'를 다룬 범죄 영화다. 매그너스 본 홈 감독은 허구의 인물 '카롤리네 (빅 카르멘 손)'을 주인공을 내세워 젠더라 불리는 개념에서 분리하여 사회취약계층이 겪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전시한다. 주인공은 피해자이자 공범으로서 이 공포를 목격한다. 카롤리네를 미심쩍게 도덕적 회색지대에 위치함으로써 해당 실화가 엽기적 살인 사건으로 소비되는 대신에 사회적 비극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했고, 이 비극은 오늘에도 반복되고 있다고 일깨운다. 정리하자면, 해당 사건이 발생한 '사회 구조'를 다루기 위해 허구의 인물을 화자로 내세웠다.


카롤리네는 다그마르 밑에서 불법 입양을 주변에 추천하고, 그 일을 돕고, 영유아에게 젖을 먹이는 상주 유모가 된다. 다그마르의 사탕 가게에 여성들이 신생아를 데려오고, 다르마그에게 돈을 주고 아이들을 맡기면서 신생아에게 '새로운 가족'들,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들이 입양할 거라고 위로한다. 전쟁으로 모두가 피폐해진 1910년대에 이런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없다. "세상은 끔찍한 곳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다그마르는 엄마한테 버림받은 생명들을 거둔다. 프리츠 랑의 〈M〉에서 연쇄살인마 한스 베케트처럼 책임을 사회로 돌린다.


소름 끼치는 감정이지만, 외면하기 힘든 말이다. 카롤리네 같은 여성들은 원치 않았던 임신을 홀로 책임져야 했다. 아버지, 가족, 국가로부터 양육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한 어머니들은 다그마르의 거짓말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특정 인물의 악의를 집요하게 분석하기보다는 그녀들을 지켜주지 못한 ‘사회 구조’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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