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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Sep 26. 2023

유영하듯 즐겁게 독립하기

Small Brand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평생 좋아할 수 있는 일인가?’ 오랫동안 직장을 다닌 사람이라면 떠올려 보았을 질문이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의 디자이너 양수현도 이 질문을 품고 회사를 나왔다. 그 질문의 답으로 자신이 즐기고 좋아한 수영을 떠올렸다. 수영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레디투킥’은 그렇게 시작됐다.



브랜드명

레디투킥(READY TO KICK)


의미

‘킥’은 수영이나 축구에서 발로 차는 동작을 뜻하는 동시에 웃음을 참지 못해 터뜨리는 소리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킥킥’ 웃을 수 있는 재미를, 수영에 동기 부여를 주는 제품을 선보인다.


탄생 시기

2022년


핵심 가치

세상이 정한 기준을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나만의 물결을 만드는 사람을 위한 브랜드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든 수영할 때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유쾌한 디자인의 수영 아이템으로 표현한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현재 좋아하는 것을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을까?

브랜드 준비를 위해 아이템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퇴사를 한 후 지난 2년간의 커리어, 재능, 자원 등을 노트에 정리했을 때 유난히 눈에 띄었던 것이 수영이었다. 수영할 때만큼은 항상 행복했고 나이를 먹어도 꾸준히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성장 포인트

‘수영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브랜드답게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확장할 수 있다. 특히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는 물을 무서워하는 초심자도, 수영을 잘하는 베테랑도 마음을 쉽게 열도록 만든다.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새로운 길을 걷는 일이 불안하셨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맞아요.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첫 회사를 5년 정도 다녔고 뉴닉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어요. 한 곳에 입사하면 오래 잘 다니는 편이에요. 게다가 직장을 다니는 일이 좋은 경험이었기에 퇴사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이게 정말 맞는 일인가,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놔두고 실패할지도 모를 일에 뛰어드는 게 맞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아, 이제 독립을 할 수는 있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작은 회사에 다닌 덕분에 A부터 Z까지 다양한 업무를 접해볼 수 있었거든요. 작은 일, 큰 일 가리지 않고 하다 보니 제 브랜드를 만들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회사를 나오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일을 대하는 마음의 변화가 있나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큰 변화가 있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일이 곧 나였어요. 야근도 많이 했고, 업무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면 힘들었죠. 지금은 일과 적정한 거리를 두려고 해요. 최선을 다하되 지금껏 쌓아온 레디투킥의 성과를 인정하고 자책하지 않으려 해요.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정은 무엇인가요?

초창기에 브랜드 네임, 가치, 디자인 등을 세팅하는 과정은 되게 재미있었어요.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해야 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미술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아이디어를 가시화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자부했는데, 패션 분야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무엇보다 레디투킥은 패션과 스포츠 브랜드 사이에 위치해 있어 현장에서 많이 부딪혀야 했어요. 직접 원단 시장에 가서 거래처 사장님들로부터 정보도 얻고 모르는 것은 그때그때 배웠어요.






나로부터 시작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수영이예요. 취미가 일이 되었을 때 도움이 되는 게 있나요?
오랫동안 수영장을 다니면서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었어요. 보통 초급일수록 수영복 색이 어둡고 중급에서 고급으로 갈수록 수영복이 엄청 화려해지죠. 수영을 못할 때는 눈에 띄는 수영복을 입는 걸 두려워할뿐더러 어떤 브랜드가 좋은지 알기 어려워요. 반면 어느 정도 실력이 향상하면 자기만족을 위해 패셔너블한 수영복을 입고 싶어져요. 이 두 영역을 아우르는 수영복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레디투킥의 정체성을 이렇게 잡았어요.

첫 브랜드 화보에 할머니 모델을 쓴 게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유쾌하게 나이들고 싶어요.
제가 다니는 수영장에는 대단한 실력을 뽐내시는 할머니들이 많아요. 강사의 ‘접영 10바퀴!’라는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수영을 하시죠. 물속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어요. 저 역시 그분들처럼 나이 들어도 수영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어요. 그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첫 화보는 할머니를 모델로 삼고 싶었어요. SNS를 통해 만나게 된 정자 할머니는 오랫동안 수영을 해온 분으로 수영의 즐거움에 깊이 공감해 주었어요.

화보 속 수영 모자 ‘플라워 딥(FLOWER DIP)’도 유쾌한 분위기에 한몫을 했어요.

엄마와 할머니의 사진첩에서 본 레트로한 꽃수영모를 재해석했어요. 일반 수영 모자는 두상에 따라 쉽게 벗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옛날 꽃수영모는 고무 재질이라 냄새가 심하게 나는 편이죠.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플라워 딥의 재질은 사용성이 좋은 원단으로 바꾸고,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버클을 부착해 수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최선은 다하되 자책하지 않는 마음




멀리 보며 천천히 나아가기



레디투킥의 첫 번째 제품은 수영 모자였고, 다음 단계로 준비한 제품은 무엇인가요?
올여름에 레디투킥의 수영복을 선보였어요. 첫 화보를 찍을 때 보니 레디투킥 수영모에 어울리는 수영복을 찾기 힘들더라고요. 저도 플라워 딥과 어울리는 수영복을 찾기가 이렇게 힘든데 소비자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하니 플라워 딥과 멋지게 매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더라고요. 레디투킥의 수영복은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기본적인 수영복이에요. 노출이 과하지 않고, 누구든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들었죠.

제품 외에도 스위밍클럽 같은 재미있는 행사도 기획하시더라고요.
수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환기되는 부분이 있어요. 이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퍼뜨리고 싶어요. 강습이나 자율 수영에 참여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룰이 있기 때문에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수영을 재미있게 접하기 어려운 편이거든요. 레디투킥의 스위밍클럽은 물 위에 해파리처럼 둥둥 떠 있거나 팀을 이뤄 물속에서 계주를 하고 미끄럼틀을 타는 등 물에서 노는 법을 알려드린 자리예요. 참여자들이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물속에서 한바탕 놀고 난 다음에는 같이 웃을 수 있는 사이가 되어 돌아갔죠.

즐겁게 수영을 하는 할머니처럼 멋지게 늙어갈 수 있는 브랜드 같아요.
멀리 보고 천천히 가려고 해요. 얼마 전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스토어에 갔다가 그들의 브랜드 북을 읽었어요. 스노우피크는 철공소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서 만든 캠핑용품 전문 브랜드더라고요. 거의 2대에 걸쳐 하나의 온전한 브랜드가 탄생한 셈인데 저 역시 매일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조금 빠져나와서 매일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오랫동안 천천히 쌓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Editor Baek KaKyung

Photographer Lee Woo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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