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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깅업 Jun 25. 2024

오직 스밍을 위한 멜론 결제

꿈과 낭만의 QWER 입덕기 #3

나는 스포티파이 이용자였다.


지니 뮤직, 유튜브 뮤직, 애플뮤직, 고음질 음악을 위한 타이달까지 써봤다. 그러다 알고리즘 추천에 빠져 스포티파이에 정착했다. 이렇게 다양하게 썼지만, 내 돈으로 쓰지 않은 단 하나의 서비스가 대한민국 1위인 멜론이었다.


'외국 음악이 많이 없어서'라고 합리화했지만, 사실은 TOP 100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유행하는 음악이 있는 건 당연하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의 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다는 건 안다. 음악에 순위가 매겨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실제로 대중들이 듣는 음악이 아닌데, 특정 가수의 팬덤이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실제로 차트에 반영이 된다는 게 싫었다.


멜론을 거부했고, '스밍'(음원을 온라인으로 듣는 '스트리밍')을 돌리는 팬덤 문화에는 강한 반감이 있었다.


죄송하다, 이제는 이해한다.


QWER 팬카페를 가입하고 보니 다들 타이틀곡인 <고민중독> 순위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팬카페에 가입한 4월 13일에 본 멜론 음원 차트 순위는 34위였다. 이상했다. 여기에 머물 애들이 아닌데... 이 정도 순위에 그칠 노래가 아닌데...


출처: QWER 팬카페


그 순간, 왜 그렇게 가수들의 팬덤에서 스밍을 하는지 이해가 갔다.


우리는 친구가 가게를 열면 개점일에 가서 양껏 팔아주고, 지인들에게 홍보를 하고, 누군가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추천을 한다. 친한 친구가 공연이나 전시회를 한다고 하면 티켓을 사주고, 소중한 주말 시간을 내서 직접 보러 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고, 기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들이다. 즉,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순수한 응원인 것이다. 물론 언젠간 내가 비슷한 입장이 됐을 때 역으로 도와주겠다는 기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상대가 나의 작은 노력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스트리밍 한다는 건 이와 같은 마음이다. 내가 내 가수를 좋아하는 만큼 더 잘 됐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기뻐했으면 좋겠다. 나의 작은 노력으로 그들이 꿈에 다가갈 수만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다. '스트리밍'이라는 것은 그 마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미약한, 그러면서도 진심이 담긴 형태의 응원인 것이다.


이런 마음을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대중이 픽해야 할 음원 차트를 오염시키는 악으로 보였다. 대중의 인정을 받은 곡이 아닌데 너무 올라와 버리면 대중들도 그 노래를 억지로(?) 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팬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스밍'은 이 좋은 아티스트, 이 좋은 노래를 더 많은 대중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한 마음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스트리밍 가보자고~


이 이야기는 입덕기. 반전은 없다. QWER에 빠진 4월 12일로부터 3일 뒤, 스포티파이를 이용 중인 상태에서 멜론 스트리밍클럽 결제를 했다. 그리고 열심히 스밍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다운로드'의 중요성, '선물하기'를 하는 방법, 특정 시점을 맞춰서 총공 하는 방법 등을 공부했다.



첫 덕질이라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하지만 재밌는 건 체감상 카페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아 보인다는 거였다. 카페 게시글 분위기가 마치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서로 아는 사람도 없는 신입생 환영회와 같았다. 그래서 안심이 되고, 더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히 카페에는 덕질 유경험자들도 있었고, 그들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스밍을 시작했다.


내가 파악한 스밍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1) 팬덤에서 공유되는 앨범에 대한 '스밍 리스트'라는 게 있다. 20곡 안팎으로 준비된 해당 리스트 대로 재생목록을 구성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너무 자주 반복하면 카운트가 안 되므로 3~4곡 간격으로 메인곡을 배치하는 식이다.


2)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인데, 한 곡 반복 역시 금지다. 순위 집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3) 셔플을 꺼야 하고, 전체 반복을 설정해줘야 한다.


4) 음소거가 되면 스밍 집계가 되지 않기에 볼륨을 한 칸이라도 켜야 한다.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되면 된다. 좋아요까지 눌러주자. 좋아하니까.



그렇게, 4월 16일부터 본격 스밍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스밍을 시작하고 이틀 후, <고민중독>의 순위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4월 17일 오전 기준 10위에 안착, 그 후로도 계속 무서운 속도로 올랐다. 유튜브 뮤직 기준으로는 2위까지 올랐다.


'스밍 리스트'를 제작해 주신 열성 바위게 님의 차트 알림!


그리고 또 1주일 후에는 기어이 TOP 3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올랐다. 그리고 느꼈다. 이 정도 순위권 내에서의 움직임은 대중픽이 아니고서는 어렵다는 것을.



<고민중독>은 꽤나 오랜 기간 사황의 자리를 유지했다. 앞뒤로 대기업 아이돌과 대형 아티스트들 뿐이었는데도, 제법 안전하게 순위권을 유지했다. 메인권이라고 불리는 4위 안에 들면 모바일 상에서도 첫 페이지에 보이고, TOP 100을 틀어두는 매장들에서도 반복 재생될 확률이 높아진다. '길 가다 들리는 음악'이 된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팬덤의 역할이 클 수 있지만 이 위치를 유지하는 건, 대중픽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본다.


특히 <고민중독>은 앨범 발매 3달이 되어가는 지금도, 더 말이 안 되는 라인업 속에서 7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완전한 대중픽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



이러한 QWER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너무 즐겁다. 음원 성적이 승승장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고민중독>의 좋아요가 늘어나고, 여러 메이저 유튜브 방송들과 콜라보가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그러면서도 매일 같이 연습하는 모습을 공유하고 소통하니 흐뭇하기까지 하다.


4월 16일의 좋아요
6월 25일의 좋아요


너무 늦게 입덕하는 바람에 개점일에 양껏 팔아주는 건 못했다. 그래도 뒤늦게라도 알게 돼서 화환 하나 정도는 보내준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커져서 알아서도 잘 팔리는 핫플이 되고 있다. 나의 스밍으로 순위가 변하는 단계는 넘어섰다.


나는 여전히 스밍을 이어가고 있다. 왜냐면 그냥 노래가 너무 좋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노래, 이 선한 가수들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는 게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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