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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깅업 Jun 25. 2024

QWER에 빠질 수밖에 없던 이유

꿈과 낭만의 QWER 입덕기 #1

덕통사고


들어만 봤지 겪어본 적은 없었다.


정말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연예인 좋아하는 게 무슨 사고씩이나. 오히려 덕질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돌 콘텐츠를 볼 때 나는 철저한 소비자였다. 재밌으면 보고, 아니면 넘기고. 음악이 좋으면 듣다가 금방 질려서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워버렸다. 스트리밍을 돌리고, 굿즈를 사고, 앨범을 사모으는 사람들을 보며 '저런 취미도 있구나'하고 그저 신기하게 봤다. 이해는 안 가지만 딱히 반감은 없는 정도.


그러다 올해, 느닷없이 당해버렸다. 왜 굳이 덕통'사고'라고 하는지, 당해보니까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잘 만든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사고처럼 갑자기 닥쳐오는 게 '덕통사고'였다.


덕질=위로


지난 4월은 업무적으로 살면서 가장 힘든 한 달이었다. 중요한 프로젝트 두 개가 동시에 돌아가면서, 온종일 정신없이 일만 하고 집에 와서는 기절하기의 반복이었다. 그런 와중에 원래 5월 중순으로 계획된 프로젝트를 갑자기 2주 당기게 됐다. 더더욱 일에 매진해야 했고,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주말에도 뭘 할 힘이 없었다. 사람도 안 만나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누워서 웹툰, 인스타그램, 유튜브나 보다가 졸리면 잤다.


그러다 4월 11일 목요일 밤, 잠이 안 와서 폰으로 유튜브 숏츠를 보다가 알고리즘이 QWER과 아이들 전소연의 <고민중독> 챌린지를 보여줬다. 예전에 피지컬갤러리의 김계란이 밴드를 만들려고 멤버 모으는 프로그램을 한다는 걸 들어서 '걔네들이구나' 싶었다. '전소연이랑 같이 챌린지 찍을 정도로 떴구나. 신기하네'. 그냥 그 정도의 감상이었고 다시 다른 영상들을 보며 잠들었다.


그다음 날, 금요일인데도 퇴근 시간까지 쉼 없이 몰아치고 또다시 녹초가 되어 집에 왔다. 그래도 이제 주말이니, 저녁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볼만한 콘텐츠를 찾았다. 그러다 전날 본 챌린지 영상이 떠올라 QWER 시리즈의 멤버 모집 마지막 영상을 찾아봤다.



원래 유튜브 시리즈물은 개별 영상도 30분 정도 되고 열 편이 넘어가니까 부담스러워서 손이 잘 안 간다. 그래서 첫 편부터 보기에는 부담이 되고, 완전체가 되는 동료 모으기의 마지막 편을 보고 재미없으면 말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을 틀었다.


입덕했시연


출처: QWER 채널 - 마지막 멤버를 공개합니다.. l 최애의 아이들 EP7


'어, 되게 귀엽다...', '아니.. 산전수전 다 겪었네....', '근데 애가 어떻게 저렇게 밝지?'


유튜브 치고도 그다지 길지 않은 19분짜리 영상 내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자기 꿈을 위해 열심히 살면서 수많은 굴곡이 있었음에도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게 보기 좋았다.


'누군가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구나'를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다.


정신없이 닥친 일을 하나하나 쳐내기 바쁜 삶을 살던 주말이었다. 일이 너무 바빠 나를 지탱해 주던 독서와 운동 같은 좋은 습관들도 다 놓고 지내던 몇 주였다. 이루고 싶은 꿈이라는 걸 잊은 채로 직장 생활을 해온 지 6년이었다.


이런 와중에 꿈을 향해 혼자 일본으로 건너가서 아이돌의 꿈을 이루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밴드라는 꿈에 도전하는 24살 이시연을 보게 됐다. 이 이야기 자체가 큰 위로가 됐고, 처음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이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내가 시리즈물이 부담스럽다고 했던가? 앞선 영상을 보고 난 후의 일은 뻔했다. 그대로 QWER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있는 이시연 영상은 거의 다 보고, 꼰대희처럼 타 채널에서 찍은 영상으로까지 옮겨 갔다.


이렇게 새벽 3시까지 QWER 영상만 주구장창 봤다.


그다음 날은 오후 5시에 그 주말의 유일한 약속이 있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도 QWER 영상을 봤다. 처음 입덕한 시요밍('이시연'의 별명) 영상은 물론이고, 타 채널 콜라보 영상, 쵸단, 마젠타의 개인채널까지 닥치는 대로 봤다. '다 봐야지'라는 목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 친구들에 대해 계속 알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를 보고 나면 더 보고 싶었고, 다행히(?) 늦게 알게 되어 볼 콘텐츠는 많았다.


입덕 부정기 스킵


그대로 약속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못 본 영상을 마저 봤고, 볼 만한 영상이 끝나가자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이 마음을 공감해 주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이 인생 처음으로 아이돌 팬카페에 가입을 했다.


(언제든 환영입니다. 함께 좋아합시다: https://cafe.naver.com/eggkim)



덕질을 좀 해본 친구들한테 '입덕 부정기'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아마 나한테 입덕 부정기는 우연히 본 전소연과의 <고민중독> 챌린지부터 R 시연 공개 영상을 보기까지 15시간 남짓의 시간이었을 거다. 마음먹고 본 첫 영상에 제대로 덕통사고를 당해버렸으니까.


그렇게 팬카페 가입까지 쾌속으로 진행이 됐다. 그리고 나의 팬심은 더욱 깊어만 갔고, 인생 첫 덕질로 모든 것이 처음인 나날을 보내게 됐다. 다시 생각해도 이 덕통사고는 피할 수가 없었다.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

꿈을 향해 열심히 사는 모습에 위로를 받으니 빠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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