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22-2. QWER 팬 콘서트 후기 #2 소수다+달리기&댄스

by 디깅업

QWER의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 그건 바로 무대 위 멤버 네 명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없다는 점이다. 보통의 밴드 공연에서는 프런트맨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되고, 악기를 연주하는 멤버들은 솔로 파트에서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QWER의 무대는 다르다. 각 멤버가 연주에서도, 관객을 향한 리액션에서도 개성을 뿜어내기 때문에 누구를 바라봐야 할지 매 순간 고민하게 된다.

그렇기에 매번 공연 후에 올라오는 직캠들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이번 콘서트에는 직캠러 바위게(QWER 팬덤명)들을 위한 '대포존'이 별도로 마련되었다. 그 덕에 대포존 바위게 분들의 영상을 보면서 놓쳤던 포인트들도 발견하고, 다시 한번 공연의 감동을 곱씹어보고 있다. 이렇게 되살린 기억을 바탕으로 오프닝까지 다루었던 지난 후기에 이어, 다시 본격적인 공연 이야기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압도적인 에너지로 바위게들의 혼은 쏙 빼고 아드레날린은 극한까지 끌어올린 멤버들은,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바위게들에 대한 반가움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분위기를 전환할 겸 시작된 멘트 타임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마젠타의 활약이 돋보였다. 첫공에서 히나에게 "여러분~ 즐길 준비되셨나요~?"를 뺏긴 마젠타는, 막공에서 또 하나의 고정 멘트인 "여러분~ 혹시 QWER이라는 그룹을 아시나요~?"를 시전 했다. 바위게들 사이에서 그 멘트까지 하면 진짜 광기라는 농담이 오갔는데, 2천 명의 바위게가 모인 자리에서 "혹시 모르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니까 자기소개해 볼까요~?"라고 하니 멤버들도 관객들도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새삼 이곳이 '팬 콘서트'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마젠타가 정리해 준 멤버들 고정 멘트 / 출처: 멜론 뮤직 웨이브


자기소개 후 멤버들의 첫 콘서트에 임하는 소감이 이어졌다. 첫공 때는 멤버 모두 에너지를 불 싸지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가 주를 이뤘고, 오프닝 무대에서 이미 기대치가 한껏 오른 바위게들은 더욱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막공 때는 비슷하지만 '이 순간을 소중히 하자'는 뉘앙스의 멘트가 주였다. 히나는 첫 팬 콘서트인 만큼 'QWER 역사의 현장'이라며, 모두가 기다려왔고 함께 하고 있는 이 순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역시, 첫공은 설렘이 있고 막공은 감동이 있다.


소다단, 드디어 '제대로' 성불하다

#SODA #수수께끼다이어리


멘트 말미 관객들의 함성을 유도하는 짧은 코너 후, 공연은 다시 무대 분위기로 전환됐다. 그리고 익숙하지만 기존과 다른 편곡의 인트로와 함께 <SODA>가 시작되었다.


'SODA'는 히나의 스쿨존 창법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곡이다. 라이엇게임즈와 <ANIMA SQUAD>로 콜라보했던 당시 마젠타에게 악마의 재능이라고까지 불렸던 히나는, 애니 캐릭터 같은 유니크하면서 귀여운 음색이 강점이다. 'SODA'는 히나의 그런 목소리의 매력을 극대화한 곡이기 때문에, 앨범 발매 초반부터 '소다' 라이브를 애타게 찾는 많은 '소다단'을 양산했다.

대망의 'SODA'는 5월 25일, 고려대학교 입실렌티에서 처음으로 라이브로 선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중계 카메라에는 히나의 모습이 잡히지 않아 '소다단'은 만족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틀 후, 5월 27일 조선대학교 축제에 빙튜브가 출동하여 온전한 히나의 랩 파트와 안무를 담은 라이브 영상을 선물했다. 그 이후로 'SODA'는 '수수께끼 다이어리'와 함께 세트 리스트에 고정되며 여러 차례 불려 왔다.

그럼에도 '소다단'은 완전히 성불할 수 없었다. 'SODA'에는 총 세 개의 랩 파트가 있는데, 중간에 위치한 벌스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드디어 그 벌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근 10개월 만에 선보인 'SODA' 풀버전에, 구천을 떠돌던 '소다단'은 비로소 제대로 성불할 수 있게 되었다.


<SODA>도 재밌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다. 첫공 때 히나는 처음 선보이는 '네게 푹 빠져버렸어 홀랑~'과 뽀짝 한 안무가 어색한지 안무 중간에는 살짝 떨고, 벌스 후에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막공 때는 표정도 동작도 훨씬 자연스럽고 뻔뻔해져서 다시 연주로 돌아갈 때까지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었다. 바로 전날에 비해 성장해 버리다니, 이 정도면 애니 주인공 급 성장 속도가 아닌가 싶다.




바로 이어서 '수다+소다' 콤보로 자주 등장하는 <수수께끼 다이어리>가 '젠러' 마젠타의 러블리한 인트로 멘트와 함께 시작됐다. 특이한 점은 "바위게들~ 수수께끼 같은 제 마음을 전해줄게요"라는 멘트에 맞춰 가운데 스크린만 켜지며, 세로 직캠의 모습으로 마젠타의 모습이 비쳤다는 점이다. 이후로도 잠시지만 양 옆의 스크린은 꺼진 채 스마트폰 화면 같은 연출이 이어졌다. QWER의 수록곡 클립들 중 <수수께끼 다이어리>는 챌린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유독 세로컷이 많이 쓰였는데, 이에 대한 이스터 에그가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노래 특유의 씹덕스러움도, '이랬다~ 저랬다~' 하며 가성을 오가는 파트도 중독성이 있어 좋아하는 곡이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부른 곡이기에 신나서 '요~네?'를 함께 떼창 하며 무대를 즐겼다.




'소다+수다' 콤보 후, 무대가 암전 되고 멤버들이 상수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바로 VCR을 통해 상수로 빠져나간 멤버들의 백스테이지 모습이 비쳤다. 처음 잠시동안은 실제 백스테이지 생중계라고 착각했지만, 쓰리와이코퍼레이션의 전문 분야인 페이크 다큐였다. 영상에서는 다음 무대를 위해 환복 하는 언니즈의 모습이 비친 후, 공연장 밖으로 빠져나와 몰래 컵라면과 치킨을 먹는 막내즈의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 중 라면 먹고 오기'는 공연 2주 전 QWER의 콘서트 준비 자체 컨텐츠에서 히나가 '하고 싶은 것'으로 꼽은 To-do였다. 관객석의 바위게들은 매주 방영하는 QWER의 자컨을 당연히 챙겨보기 때문에 모두가 알고 웃을 수 있는 귀여운 이스터 에그였다.

이후 장면은 환복을 마친 언니즈로 이어졌다. 쵸단과 마젠타 둘이 잡히는 씬에서 이미 바위게들은 앞으로 다가올 무대를 예상하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그 노래'를 드디어 라이브로 볼 수 있는 것인가? 스탠바이 시간이 10초 밖에 남지 않았다는 PD 빙튜브의 말에 언니즈는 손을 잡고, 무대 상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놀라움의 연속 #달리기 #댄스브레이크


공연 전 혼자 <달리기> 무대를 그려보았을 때는 QWER의 토미오카 아이 <Good Bye Bye> 커버처럼, 쵸단과 마젠타가 무대 중앙 스툴에 앉아 분위기 있게 부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보컬 자체가 상당히 난이도 있는 노래이기 때문에 부르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QWER 멤버들의 한계에 대한 예상은 보기 좋게 깨져버린다.


기다렸던 무대인 만큼 폭발적인 바위게들의 응원 속, 쵸단과 마젠타는 댄서들과 함께 무대 위로 등장했다. 여기서부터 이미 뭔가 기존의 QWER 무대와는 달랐다. 밴드의 무대에 악기 대신 가수와 댄서들이 서있는 모습이라니. 심장을 때리는 비트에 맞춘 조명과 댄서들의 안무 후 무대에 남겨진 쵸단과 마젠타는 스탠딩 마이크를 활용한 퍼포먼스와 함께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마젠타의 묵직한 톤과 쵸단의 허스키하면서도 깔끔한 보컬은 라이브로 들으니 더욱 매력적이었다. 늘 귀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언니즈지만, 이날만큼은 '떽띠'했다. 아니, 그냥 멋있었다. 특히 쵸단은 이 곡의 하이라이트인 후반부 7단 고음에 이은 휘슬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바위게들이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곡의 마지막에는 쵸단이 카리스마 넘치게 마젠타의 넥타이를 당기는 엔딩으로 마무리되며 바위게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넥타이 당기기' 엔딩은 공연 후 젠타가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밝혔는데, <안녕, 나의 슬픔>의 핵심 가사도 그렇고 마젠타는 보면 볼수록 창작자로서의 재능이 상당한 것 같다.


'<달리기> 무대를 드디어 봤다'는 사실 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이 곡이 나오기까지의 상황을 이해하면 그 의미는 배가 된다. 이번 콘서트에서 쵸단은 공연 내내 오른쪽 무릎에 붕대를 감고 있어야 할 정도의 부상을 겪고 있었다. 콘서트 직전 합주에도 참여하지 못할 지경이었기에, 무대공포증을 매번 엄청난 연습량을 통한 완벽함으로 극복해 온 쵸단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쵸단은 <달리기>의 보컬도 안무도, 마지막 퍼포먼스까지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보여줬다. 공연 내내 QWER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쵸리다의 드럼도, 부상을 겪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매 순간 폭발적이고 강렬했다. 합주도 쉬어야 할 정도의 다리로 어떻게, 얼마나 연습했을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공연 후에 공개된 Dance Practice 영상에서는 무릎 부상 때문인지 낮은 단상을 오르는 데도 젠타의 팔을 살짝 잡는 모습이 보인다.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무대를 준비했을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 무대를 함께 준비한 마젠타는 안무쌤을 자주 좌절에 빠뜨리는 유명한 뚝딱이다. 퍼포먼스 이전에 '걷기 연습'부터 해야 했다는 마젠타는 무대 위에서 쵸단과 완벽한 합을 이루는 보컬과 함께 자연스러운 안무를 선보였다. <알고리즘블라썸> 쇼케이스 때 하지정맥류 수술로 고통 속에서 무대를 준비해 본 경험이 있기에, 언니즈끼리 서로 얼마나 의지하고 챙겨주며 준비했을지 상상하니 '달리기' 무대가 더욱 감동적이었다.

출처: 유튜브 <QWER> 채널 / 02:55 부분




언니즈의 <달리기> 무대 후, 막내즈의 상상도 못 한 무대가 이어졌다. 또다시 피치스 댄서들이 무대 위에 먼저 올랐고, 올드스쿨 힙합스러운 인트로에 맞춘 댄스 후 히나가 등장했다. 히나는 절도 있게 끊어지는 비트가 주를 이루는 곡들에 맞춰 QWER의 메인 댄서답게 카리스마 넘치는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다. 바위게들 사이에 분분한 '커떽(귀엽 vs 섹시)' 논쟁을 '올멋'으로 정리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멋진 무대였다.

이어서 언니가, 아니 동생이 무대에서 내려가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등장한 시연도 '나풀나풀' 거리는 동작과 힘 있는 댄스가 어우러진 안무로 바위게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첫공 때는 모자를 푹 눌러썼는데 막공 때는 모자를 벗고 무대에 올라 그 이유가 궁금했다. 후에 라이브에서 밝히기를, 바위게들이 자신의 얼굴을 못 볼까 봐 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자나 깨나 팬들 생각만 하는 시연은 역시 타고난 아이돌이다.

이후 다시 무대에 오른 히나와 함께 마지막 합동 안무를 추며 막내즈의 댄스 브레이크가 마무리되었다.


QWER은 아이돌인가 밴드인가.


공연을 연 첫 영상 속 QWER의 모습은 K팝 아이돌다웠다. <내 이름 맑음>이 떠오르는 헤메코에 미모를 강조한 영상이 이들의 '아이돌'로서의 매력을 부각했다. 이어진 오프닝 3곡에서의 QWER은 영락없는 락밴드였다. 기존에 없던 편곡과 제스처로 콘서트를 그야말로 화려하게 여는 락 무대였다. 또다시 이어진 '수다+소다'는 <카와이쿠테 고멘> 같은 J팝이 떠오르는 서브컬처 아이돌스러운 무대였다. 그랬던 '아이돌 걸밴드' QWER은 대뜸 안무로 가득한 R&B 퍼포먼스에 이어 힙합 비트에 맞춘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다.


QWER은 원래 태생 자체가 대중에게도, 아이돌 씬에도, 밴드 씬에도 불협화음인 존재들이다. 바위게 교수님이 늘 말씀하시듯 QWER은 '생태계 교란종'이다. 공연 중반까지의 이 세트 리스트는 그런 QWER의 정체성을 하나씩 다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큐떱은 아이돌도 되고, 밴드도 되고, 인플루언서도 된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에 완전히 속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한 가닥' 하다 온 멤버들이기 때문에, 표현하려는 컨셉에 따라 어떤 모습이든 변신할 수 있는 게 QWER이다.


그래, QWER은 그냥 QWER이다.



<다음 글>


후기 #3: 메아리&사랑하자+안나슬&대관람차


후기 #4: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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