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뷰 Apr 11. 2021

HOOKA

여행길에 오르면 꼭 한 번은 담배를 입에 물곤 했다.

여행길에 오르면 꼭 한 번은 담배를 입에 물곤 했다. 꺼내 무는 일을 줄인다고 줄여도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낯선 땅에선 하나의.. 모로코에선 꺼내 무는 일을 줄였다. 나를 보는 시선도 불편했고 괜히 이것저것 신경이 쓰였다. 별일을 당하니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가방에 넣어온 담배는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이 찌그러져 있었고, 보일 때마다 눈에 거슬렸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서 호스텔 스텝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건 호스텔 중앙 책상 위에 올려 뒀다. 떠나는 이들이 가방의 무게를 덜기 위해 두고 간 물건을 모아 둔 책상이었다. 이내 내 담배는 인기를 탔고 흡연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시시를 목적으로 모로코를 찾은 히피들이 유독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내 담배는 책상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사라졌고, 담배를 가져간 이들과 눈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가 됐다. 뿐 아니라 내가 앉아서 쉴 때마다 담배에 대한 보답으로 하시시를 권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마약으로 분류된 하시시가 모로코에서도 합법은 아닌데 워낙 많은 돈을 벌어들여서인지 국가에서도 크게 관여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밤 낮 할 것 없이 호스텔에는 하시시 냄새가 날아다녔는데, 특유의 신내 때문에 냄새를 맡고 있으면 머리가 띵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냄새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갔더니 옥상에서는 한국에서 물 담배라고 불리는 후카가 한창이었다. 묘하게 생긴 모양이 시선을 끌어 한참을 지켜보자 스탭인 우스타 파가 물던 파이프를 건넸다. 옆에서 지켜보던 히피들은 한국 담배나 하시시보다 훨씬 부드러울 거라고 했다. 다들 내가 파이프를 입에 물기라도 기다리는 듯 시선이 집중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 한 모금했는데, 후카는 성공적이었다. 그냥 담배보다도 훨씬 부드러웠고, 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 가습기를 들이켜는 기분이었다. 맛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냄새가 나지 않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그 후 거의 매일 저녁 옥상에 올라가 호스텔 사람들과 후카를 즐겼다. 우스타 파는 후카에 타르와 니코틴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건강한 취미라고 말했지만 신문 기사를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말처럼 후카도 마… 맛있으니 노타르, 노니코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