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그릇을 빚고 있는 우리

딸과 함께한 소중한 데이트

by 디기리


제가 사는 곳 근처에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요즘 들어 많이 소개되고 있는 핫 플레이스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그곳에서 딸아이와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하고 왔습니다.



사실 아이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시장 인근 크레페 집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기 위함도 있었지만 대학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딸의 진로나 고민을 살짝 엿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용한 시장인데 젊었을 때는 아내의 손을 잡고 걸었고, 지금은 아이이 손을 잡고 걷는 길이 참 설레고 정겹습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익숙했던 간판들은 새롭게 바뀌었지만 걷는 길 내내 예전부터 같이 공유했던 길거리 풍경도 얘기하고 그때의 기억도 소환해 보았습니다.




넘어지지는 않을까 뛰뚱이는 걸음걸이를 노심초사하며 바라본 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같은 곳을 보면서 추억을 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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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다다를 때쯤 만난 크레페 집은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와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 찾았던 그 집과 맛은 이제 추억 속에서 그려야 합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시장 초입에 있는 옛날 맛 그대로인 분식집에서 어묵 국물로 잠시 몸을 녹이고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저녁 시간에 가까운 늦은 오후였기에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다 진수성찬이고 시식하는 코너의 유혹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 사이를 다니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사람구경은 물론 다양하게 펼쳐진 시장이 활기찬 모습에서 또 다른 활력의 에너지도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오감을 총 동원하여 시장의 입구부터 또 다른 입구까지 샅샅이 훑은 끝에 저녁으로 먹을 몇 가지를 구입하고서야 다시 걸어온 길을 되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데이트는 온 가족의 맛있는 저녁시간으로 이어져 또 다른 기억으로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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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딸아이의 고민을 엿보고 싶었지만 자신의 길을 잘 만들어가길 바라는 부모로서의 마음만 다시 확인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딸아이도 곧 자신의 인생에서 새로운 인생그릇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어떤 그릇을 만들지 아직은 몰라도 자기 한 몸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기를 희망해 보았습니다.



저 역시 또 다른 인생그릇을 빚어야 합니다.




제 자신과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그릇이었지만 이제는 낡고 여기저기 깨져 있어 작지만 온전한 그릇으로 또다시 준비해야 합니다.



제 옆 지기도 얼마 전부터 새로운 인생그릇을 장만하고 자신과 가족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한때 화려하게 보였던 그릇들은 제가 빚을 수도 그리고 품기에도 벅차며 지금껏 제가 빚어온 그릇들과 결이 다름을 알게 됩니다.


크고 빛나는 그릇이 아니어도 자신의 인생을 잘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급하지 않게 정성을 들여 오늘도 저만의 그릇을 빚어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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