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책과 한 줄의 글로 내게 묻다

질문이 내게 요구하는 것

by 디기리


인문학의 힘은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에 있다.

삶을 스스로 여는 길이나 일을 잘하는 방법,

당면한 인생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구체적인 방법을 직접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인간 삶의 여러 부분을 보여주고, 스스로 생각하며 답을 찾아가도록 돕니다.

인간의 본성, 존재의 의미와 이유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기미를 포착할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나는 진짜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_임재성



정답을 외우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제게 어느 날 답안지가 없는 문제들이 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해진 길을 잘 따라오진 못했어도 틀에서 벗어나면 큰일 날 것 같이 느꼈던 제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만 잘하고 착하면 됐었습니다.




그리고 길들여진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저의 큰 착각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시대와 환경을 탓했고 구조적인 모순들에 눈길과 관심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관심과 눈길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큰 불만과 불안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목적이 되어가는 저를 보며 크게 좌절하고 무기력 속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잘 쌓아왔다고 생각한 저만의 울타리는 엉성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당장에 보이는 위협과 삶을 위해서 지어졌으니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허물고 다시 지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완성되는 날은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허물고 다시 짓는 용기를 갖지 않으면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위해서 필요했던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아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잘 알고 있는 친구나 가족 그리고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얻을 수 있는 해답은 없었습니다.




그저 제게 묻고 답하며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 외에는 더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작은 힌트를 얻기 위한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는 정해진 답이 아니어도 답을 찾는 과정에서 현실과 미래 그리고 삶의 문제를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제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질 수도 있었습니다.




질문은 제게 또 다른 것들을 요구합니다.




바로 용기와 도전입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알고 있는 문제 외에 풀지 못한 문제도 들춰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회피하고 주저했고 원인이 아니 것들을 희생양 삼아 본질을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길들여지면 스스로 생각할 수도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어쩌면 용기와 도전을 통해 나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답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을 했어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발견하도록 힘을 써봐야 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노력이 모이고 쌓이면서 삶과 세상을 읽어내는 나만의 시선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도 한 장의 책을 읽고 한 줄의 글을 통해 제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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