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el이 정답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정.반.합.
Daniel,
우리 이렇게 또 편지를 주고받는구나. 사실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라고 해 놓고 나는 네가 보낸 정반합 그리고 너의 편지에서 느껴졌던 문체 및 감정에 집착하고 있네.
늘 그렇듯, 네가 던진 질문 하나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이번에는 그게 정답에 대한 고민이더군. 그래서 좀 더 솔직하게, 날카롭게 말해볼까 한다.
너는 늘 정답을 찾으려고 했어.
직업적으로도 그게 맞을 거야. 클라이언트가 답을 원하고, 너는 그 답을 내놓아야 하니까. 그게 네가 프로로서 살아온 방식이지. 하지만 말이야, 정답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우리는 때때로 정답이라는 단어에 갇혀 버리고, 그 답을 찾으려다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게 더 많지 않나 싶어.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배우는 건 단순히 답을 얻는 게 아니야. 오히려 우리는 AI를 통해 진짜 인간의 지능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거지. AI는 정답을 빠르게 던져줘. 하지만 그 정답을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 그게 진짜 인간의 몫이야.
정.반.합?
내가 보는 정반합은 단순한 논리적 과정이 아니야. 현실에서는 어느 한쪽에 죽어라 몰입하다 보면, 반대되는 무언가가 반드시 나타나게 돼. 그리고 그걸 이기려고 발악하면서 노력하다 보면, 그때서야 비로소 진짜 통합, 즉 합이 이루어지는 거지. 정답을 주고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어떻게 버텨내고,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문제야.
너도 알잖아.
우리는 너무 자주 '정답'에 집착해.
그리고 그건 네 직업적 숙명이기도 해. 늘 빠른 시간 안에 클라이언트에게 맞춤형 답을 줘야 하니까. 근데 솔직히 말해서, 그 과정에서 네가 놓치고 있는 건 뭔지 생각해 본 적 있나?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돈을 주고받는 행위로만 전락해버린 건 아닌지, 네 일에서 진정성을 잃어가는 건 아닌지 말이야.
돈이라는 건 그냥 도구일 뿐이야. 네가 클라이언트에게 주는 가치는 그 이상이어야 해. 네가 주는 게 그저 답이 아니라, 그 답을 통해 그들이 몇 배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 돈 때문에 네 본질적인 가치를 희석시키지 마라.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는 너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네가 가진 것들, 네 포트폴리오 중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찾아주고, 나머지는 네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계속 들고 있어라. 지금 당장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들이 분명 나중에 그걸 필요로 하게 될 날이 올 거다. 그때 가서 네가 여전히 그 가치를 붙들고 있는 게 중요해.
정답이 뭐냐고? 그런 건 없어.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답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는 거지. 정답은 그저 과정일 뿐이고, 진짜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성장하고, 얼마나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가에 달려 있는 거다.
형이니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봤다.
넌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다음 편지 기다릴게.
Pa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