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에게는 현재이지만 Daniel에게는 미래이다.
Daniel,
너의 답장이 오지 않는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
어쩌면 그래서 다시 한번 너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조급 함일 수도 있는 성격을 탓하면서.
생각해 보면 현재를 살고 있는 치열한 내가 현재의 복잡 다단한 상황을 헤쳐 가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너와의 속도의 차이, 그리고 성향의 차이일수도 있지만 더 본질적인 부분은 현재의 상황이 나에게는 오늘 해야 할 전부이지만 너에게는 미래를 위해 억지로 그리고 의지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 같아.
이 모든 상황을 기다리지만 난 오늘도 기다린다. 마치 들판에서 도움을 줘야 할 과실나무가 없어서 첫 번째 잎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농부처럼 말이야. 바람은 불고 시간이 흐르지만,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런 농부의 마음 말이지.
하지만 작은 씨앗으로 시작하는 과실나무도 언젠가는 스스로 자라나야 해. 뿌리가 깊어지고 가지가 뻗어나가는 과정은 외부의 도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든.
나는 네가 그런 자리에 서 있기를 바랐어.
그리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와 작은 프로젝트가 너에게 그 성장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랐던 거지.
나는 매일을 스스로 짜놓은 촘촘한 스케줄을 만들고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지켜내는 스스로를 때로는 한탄하고 때로는 기뻐하며 보이지 않는 그리고 적은 없지만 스스로 아군과 적군을 설정해 놓은 전쟁터에서 살아가고 있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쌓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중요한 건, 그 전쟁에서 내가 어떤 무기를 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무기를 어떻게 다루는 가에 있지. 너도 너만의 싸움에 내가 함께 서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의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고요하게, 그리고 때로는 침묵 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아.
Daniel,
나는 단순히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그저 의미 없는 대화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그 대화 속에서 네가 스스로의 미래를 더 적극적으로 그려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내가 매일의 작은 성취와 변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야 비로소 너의 미래가 그려지기 때문이야. 하지만 너의 침묵은 그 미래를 그려나갈 캔버스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 나는 너에게 그 빈 공간을 채우는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결국 그 도구를 쓰는 것은 너 자신이란 걸 알지.
우리가 지금 이 나이에, 이렇게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인지도 몰라. 젊었을 때라면 서로에게 더 많은 기대와 실망으로 갈등이 커졌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 나는 네가 나와의 대화 속에서, 스스로 그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리고 그 작은 발자국들이 결국은 너를 더 큰 곳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단순히 네가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네가 너 자신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길 바라는 거야.
그 시작은 우리가 나누는 이 작은 이야기들일 수 있어.
답장이 오지 않는다면, 혹은 하루하루의 변화를 아주 조금이라도 혹은 그 변화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요.라는 그 메시지조차도 오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멈춰버릴지 몰라.
나는 그저 그 이야기가 계속되길 바랄 뿐이야.
Love Never Fails,
Pa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