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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분별

데이터 인문학

2025년, 우리는 참 소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마치 거대한 얼음이 깨지는 듯한 '쩍, 쩍'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과거 우리가 단단하다고 믿었던 가치와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부딪히고,


세상을 바라보던 익숙한 관점과

새롭게 눈뜬 관점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 충돌의 소리는 때로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부와 가난, 직장과 직업, 노인과 젊은이, 남자와 여자,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없이 많은 갈등의 이름으로 나타나는 이 소음들은, 어쩌면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본질적인 것들이 드디어 깨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 우리 사회를 지탱했던 가치들이 있었습니다.

공자왈 맹자왈 하던 도덕률, 사회적 명망, 좋은 평판, 단단한 인맥 같은 것들 말입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분명 그것이 성공의 지도이자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주었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래도 그런 가치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라고.

저 역시 그 말씀에 깊이 동의합니다. 그 헌신과 기준으로 쌓아 올린 역사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겸손하게 고백해야 할 것은, 그 지도가 더 이상 지금 우리가 걷는 이 낯선 길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어떤 낡은 이정표는, 우리가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허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어떤 법 조항이나 사회적 합의로부터 '과거의 모든 가치를 필터 없이 받아들이라'라고 배운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입니까?"


이 '가치에 대한 필터링'과 '스스로 분별하는 능력'이야말로, 지금 우리 개개인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역량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의 즐거움을 정확히 조준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실은 나를 편협한 우물에 가두고 있다는 것을요.

이쪽저쪽의 편향을 깨겠다며 나타난 또 다른 뉴스 서비스조차 그들만의 새로운 편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어쩌면 편향은, 우리가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나만의 중심을 세우는 것입니다.


"나의 가치와 관점은, 결국 내가 만듭니다. 당신이나, 알고리즘이나, 과거의 명망이 아니라."


저는 이 단호한 마인드셋이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인간이 지켜야 할 어쩌면 마지막 자존심이자 가장 강력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그럴듯한 답변과 정보를 제공한다 해도, 그것을 '분별'하고 '선택'하는 주체는 결국 '나'여야만 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나침반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나침반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부디, 이 거대한 가치의 파도에, 알고리즘의 물결에, 과거의 관성에 그저 끌려가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제발.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렇게 스스로의 길을 찾은 우리가 서로의 나침반을 존중하며 함께 걸어갈 새로운 지혜를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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