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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아지는 정말 '가족'일까요?

사진에 진심人

나의 강아지는 정말 '가족'일까요, 아니면 나의 '외로움'일까요?


요즘 어딜 가나 강아지와 함께하는 분들을 참 많이 봅니다. 강아지 전용 유모차에,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개슐랭' 간식까지. 천만 반려인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나는 풍경이죠. 그런데 저는 가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곤 합니다. 혹시 저만 그런 걸까요?


"자식보다 낫다"는 농담 섞인 진담을 들을 때,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친 우리가 너무 쉬운 사랑을 택한 건 아닌지, 질문이 피어오릅니다.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자녀나 수시로 마음을 다치게 하는 타인과 달리, 강아지는 늘 내 편이 되어주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그 순수한 눈빛 뒤에 '상처받지 않을 권리'와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숨겨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나의 지배욕을 채우기 위해 '가족'이라는 이름을 빌려온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기업들은 이런 우리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생명 존중'이라는 멋진 포장지로 우리의 지갑을 열게 만들죠. 하지만 정작 그 사랑이 왜 유독 복슬복슬한 강아지에게만 향하는지 생각하면, 어딘가 기만적인 현실을 마주하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반려견과의 관계는 우리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게 해주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조건과 계산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되는 것이죠. 갓난아기처럼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는 작은 생명을 돌보며, 누군가의 세상이 되어보는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내 강아지의 아픔을 통해 다른 생명의 고통을 상상하게 되고, 서툰 표현 속에 담긴 진심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관계를 포기한 '대체재'가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보완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반려견과의 동행은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의 도피처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간성 성장의 발판일 수 있겠죠. 중요한 것은, 지금 내 곁의 작은 생명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느냐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의 반려견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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