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진심人
"아, 이제 좀 쉬나 했더니..."
기록적인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꿀맛 같은 연휴,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고 바라셨을 겁니다. 매일 아침 울리는 알람도 없고, 처리해야 할 업무도 없는 영원한 휴식. 생각만 해도 달콤하지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분명 손꼽아 기다렸던 휴식인데, 연휴가 길어질수록 마음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공허해지는 경험, 혹시 없으셨나요?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오히려 나를 무기력의 감옥에 가두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어쩌면 우리는 ‘완벽한 평온’에 대해 조금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가 행복일 거라는 믿음 말입니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쓸쓸한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솔직해져 볼까요? 우리는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일이 책상 앞에서의 노동이든, 누군가를 돌보는 노동이든,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노동이든 말이죠. 삶은 곧 움직임이고, 그 움직임의 대부분은 ‘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이 평온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질 수 없기에 더 간절한 것처럼요.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영원한 휴식은 없다는 사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짜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길고 긴 연휴는 우리에게 ‘영원한 휴식’이라는 신기루를 잠시 맛보게 합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착각에서 깨어나 다시 나의 자리, 나의 ‘일’이 있는 곳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묘한 안정감을 느낍니다. 헝클어졌던 삶의 리듬이 제자리를 찾고, 흩어졌던 생각의 조각들이 다시 제 역할을 찾아가는 기분. 그것이 바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현실의 평화'가 아닐까요?
물론, 생계를 위한 일이 때로는 버겁고 고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규칙적인 시간, 해결해야 할 과제, 그리고 ‘오늘 내가 할 일이 있다’는 소속감은, 망망대해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닻과도 같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신만이 아시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저 오늘 나에게 주어진 풍경에만 집중하려 합니다. 지금 처리해야 할 메일 한 통, 오늘 만나야 할 사람, 정성껏 만들어야 할 저녁 한 끼에 마음을 쏟아보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확실한 평안의 방법이니까요. 다시 시작된 일상, 너무 두려워 마세요. 어쩌면 그 지루한 반복 속에 우리를 구원할 가장 큰 힘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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