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달 떴다고,
아들의 달 구경 나가자는 말에
반가운 마음으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나섰더니
몸이 느꼈나보다
재채기가 나고
감기기운이 오른다.
점점 작아지는 달의 모습
그리고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붉은 달,
한 번도 정신차려 달 구경한 적이 없었구나
달이 뜨고 지는 모습에
어찌하다 남는 것은
세월이 흘렀다는 자각뿐,
저 달은 어제와 다르지 않으나
나는 어제와 다름을 느낀다
입동이 지난 마당은
역시나 겨울의 초입임에 틀림없다
여러장의 사진
한결같은 모습
달 구경 한번 잘 했다.
200년 후에야
오늘같은 달을 볼 수 있다니
아내에게 말했다.
그 때도 같이
달 구경 한번 잘 했다!
라고, 말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