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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바람 Nov 14. 2022

그러면서 오만가지 색은 섞인다

가을 색이 들기 위해서는 

한여름 뙤약볕에서 여러 가지 빛은 섞여야 한다.


태풍도 들고, 소나기를 넘어 폭우도 담겨야 한다.

바람에 넘어지고, 휘어지기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오만가지 색은 섞인다.


푸르르던 색이 언제부턴가 빛이 바뀌었다.

들판이 노래진다.

산은 알록달록해진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지나야 진짜 가을빛이 돈다.


가장 예쁜 단풍은 벼가 익어가는 것이라고 했던가?

아니, 빨갛게 익은 고추도 예쁜 단풍이고 노랗게 익은 콩도 예쁘다.


힘든 날을 지나면서 색은 진하고 강하다.

들녘은 예쁘거니와 풍성하기도 하다.


가을로 물드는 것은

어찌 들녘의 것만이겠는가?


가을은 흙에서 자란 것만 단풍만 드는 것이 아니라,

흙을 딛고 있는 사람의 마음도 물드는 계절이다.


마음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물든다.

가을 물은 쉬이 지지 않는다.

 

피곤에 지친 일상이,

일없이 사는 일상이,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하룻밤 누일 곳 없는 사람에 대한 걱정이 맘속에 자리하고,


자식 걱정, 부모 걱정, 오빠 걱정, 형 걱정으로 마음 졸이며

지난하게 견디었을 시간이 있어야 진하게 물든다.


그래야 쉽게 지지 않는다.


가을 단풍이 예쁘다지만, 우리네 마음속 단풍은 더 예쁠 것이다.


걱정하는 마음과 걱정해주는 그 마음이

 밤중 반딧불처럼 은연하게 빛을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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