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람이 불어오고
하얀 옷깃이 깃발처럼 날리는 날
그대는 터벅터벅 들길을 돌아
내가 있는 나무 그늘로 들어왔어요.
파아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처럼 하얀 브라우스를 입고서
당신은 사뿐사뿐 돌담길을 지나
내가 있던 옆 자리로 다가왔어요.
얼마간의 시간이 말없이 흐르고
당신과 나는 흰 구름에 비낀 비를 맞으며
해바리기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갔지요.
시작과 끝은 늘 같다고 말했던
그 곳에서 바람은 다시 시작되고
구름은 빨래처럼 사뿐히 나무에 걸리고
우리가 있는 그곳을 바라봐주었지요.
몇 년 후에 아이들도 우리처럼
파아란 하늘처럼 하얀 구름처럼
곱디고운 당신같은 사람 만나
한없이 같은 곳을 바라볼 날이 왔으면 해요.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