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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바람 Dec 29. 2022

언제인지

내가,

그리움을 찾아 떠난 지가 언제인지

가을날 산길을 따라 걸었던 날들이 언제인지

동구밖 살구따러 갔던 날들이 언제인지

손으로 쓴 편지를 언제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인지

새로운 사진기를 산 날이 언제인지

찍은 사진을 인화한 날들이 언제인지

그 사진들을 선물로 한 장씩 주던 날들이 언제인지

사진 여행을 갔던 날들이 언제인지

예전에 찍었던 곳에서 다시금 사진을 찍었던 날들이 언제인지

재너머로 칡캐러 갔던 날들이 언제인지

엄마랑 아부지랑 같이 걸었던 날들이 언제인지

겨울날 연을 만들어 날리던 날들이 언제인지

이른 봄날 논둑불 피우던 날들이 언제인지

여름 한철 논둑 베던 날들이 언제인지

가을날 추수 하던 날들이 언제인지

겨울날 새끼 꼬던 날들이 언제인지

엄마따라 산에 나무하러 가던 날들이 언제인지

면에 다녀오시던 아버지 자전거를 얻어타던 날들이 언제인지

등굣길에 동네 아제 경운기를 올라타고 가던 날들이 언제인지

해남장날에 하릴없이 다녀오던 날들이 언제인지

두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갔던 날들이 언제인지


--- 그건, 나도 모른다.


당신을

생각하지 않았던 날들이 언제인지

허니라고 부르지 않았던 날들이 언제인지

처음으로 눈물 흘리게 했던 날들이 언제인지

처음으로 웃게 했던 날들이 언제인지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했던 날들이 언제인지

처음으로 보고싶다고 말하던 날들이 언제인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던 날들이 언제인지


당신과

키스하지 않았던 날들이 언제인지

함께 여행을 갔던 날들이 언제인지

같은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던 날들이 언제인지

같이 점심을 하지 않았던 날들이 언제인지

같이 저녁을 준비하지 않았던 날들이 언제인지


--- 그건, 나도 모른다.


살다보니,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것만이 내가 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위안을 삼을까 했는데

그것도 모를 일이다.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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