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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27. 2024

촛불집회

속이라도 시원하게 살 수 있기를

아직 찬바람이 매웠지만 나는 거리로 나갔다.


수많은 사람이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고 있었는데, 나도 거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옳게 보이려는 마음이었을까? 의도가 분명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거리로 나갔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왜냐하면 나는 같이 거리에 나갈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친구가 없던 건 아니지만 함께 거리에 나가자는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나는 왜 혼자서 거리에 나왔을까? 어쩌면 혼자이면 옳게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있었던 듯하다.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서로 촘촘히 붙어 걸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은 더 춥게 느껴졌었다.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앞서 나오는 구호에 맞추어 다 같이 ‘탄핵’을 외쳤지만 나는 왠지 하나가 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는 그 속에서 매우 어색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조금씩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앳되어 보이는 친구 하나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 친구는 목청 것 “박근혜는 물러나라.”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이전의 구호와 전혀 통일되지 않은 외침이었다. 나는 그 친구를 오래 볼 수 없었다. 그가 워낙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대서 어느새 저만치 멀리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그 친구 생각을 했다. 그의 모습은 일종의 투사 같기보다는 광기에 차 있는 모습으로 느껴졌었는데, 그렇다고 그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에게서 자유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어쩌면 나도 복잡한 생각 말고 소리라도 크게 질렀으면 속이라도 시원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생각해 보면 옳은 일인지, 옳게 보이려고 하는 일인지는 나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왠지 한 번도 거리에 나가지 않으면 찜찜하고 후회스러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어쨌든 나가라도 봤으니 속이라도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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