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수) 오전 11:26
저는 매일 글을 쓰기 전 그날의 기분에 맞춰
2025년 2월에 3주 동안 다녀온 홋카이도 혼자여행
사진을 한 장씩 첨부합니다(이 또한 연재예정이에요)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의미 있는 여행이거든요.
한 2,000장 되는데 그거 다 쓰면.. 연재는 끝납니다.
(겹치는 거도 많은데.. 흑)
그러나, 그 사이에 홋카이도 혼자여행을 다시 다녀오게 된다면? 리셋!
오늘의 사진 [2025.02.11(화) 21:45]
사실 즉흥 3주간의 혼자여행으로 변질(?)되기 전
원래 여행계획은 동행과 삿포로 3박 4일이었다.
하지만 이 여행에 걸림돌이 있었으니
의도치 않게 눈축제기간이 걸린 것이다... 하하
'삿포로 눈축제'를 일부러 보기 위해서
비싼 성수기 비행기표를 내며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상황인데 내게는 왜 걸림돌이었냐
바로 나에게 눈축제고 자시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낯선 곳 어디든 가고 싶었고
동행과 함께했기에 동행이 가보지 못한
삿포로로 정해진 거였고,
다행히 땡처리라 성수기대비 가격이 쌌다.
문제는 비행기표 외에 다 비쌌던 거..
그게 참으로 걸리적거렸다.
어찌어찌 웃돈을 주고 숙소를 겨우 예매하고
맛집 따위 포기하고 아무 데나 가서 먹으리라
맘을 먹고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한 첫 삿포로의 눈축제
왜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알 것 같았고
왜 겨울 3대 눈축제로 꼽히는지 알 것 같았다.
눈 조형물, 얼음조형물 등이 상업성을 아주살짝곁들여서(?) 세워져 있고, 일루미네이션으로 온 거리가 반짝반짝거렸다. 그 반짝임은 하얀 눈에 반사되어 더 반짝이고 축제의 분위기를 북돋았다
'눈축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장소가 눈 내리는 삿-포로였다는 것.
그 사실 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
도시에 낭만과 환상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낭만과 환상의 도시의 사람들 또한
아이 같은 행복한 미소를 띠며
밤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삭막한 마음으로 떠난 나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온기가 불어왔던
삿-포로의 눈축제.
아, 이렇게 사람의 감정이 하루 만에 반전할 수 있나?
아무런 걱정도, 아무런 과업도 없어
유한하지만 만족스러운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던 나는
어제저녁부터 점점 기분이 묘해지더니
결국 면접 전날에도 그렇게 잘자던 잠을 못 자고
혼란스러운 밤을 꼴딱 새우고 말았다.
채용시험, 면접준비의 스트레스가 있었어도 어떻게든
밤 12시에는 잠이 들어 그나마 내 몸이 버틴 건데
역설적이게도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해야 할 이 시기
달콤한 휴식과 자유가 주어진 이 시기에
나는 오히려 불안했다.
즉, 내게 주어진 자유와 해방감의 유통기간은
겨우 반나절이었다.
오후까지는 정말 신이 났다.
어젯밤 남은 치킨이 눈에 밟혔지만
마라탕이 또 먹고 싶어, 식은 치킨은 미뤄두고
마라탕도 냠냠 먹었다. 좀 안 넘어가서
옥수수면이 뿔정도로 엄청 천천히 먹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약간 이상하긴 했다.
맛있어야 하는데 그다지 맛이 없었다.
뭐지? 그냥 마라탕 재료를 열심히 씹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뭐 할까, 생각을 했다.
시험, 면접준비할 때 그렇게 하고 딴짓들
다꾸, 바이올린 켜기, 컬러링북하기, 새 영상물 보기 등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뭘 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났다.
갑자기 내가 뭘 좋아하고 재밌어했더라?
머리가 멍해졌다.
결국 나는 일단 매일 하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이건 또 재밌었다.
기분일기도 쓰고, T의 여성의 고충을 담은 글도 썼다.
그리고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그러나 나에겐 가볍지 않던 주제라 쉽게 못 적었던
공기업을 퇴사와 그 후의 나와 관련된 글을 연재하기로맘먹고 브런치북 연재를 눌러 첫 글을 썼다.
첫 정식연재 기분이라(지금 글은 사실 일기...)
첫 글에 신중을 가했고, 고민고민하다가 업로드를 했다
아마 글을 쓰며 나도 모르게 전 직장 생각을 했나 보다.
이게 트리거였나?
꿈에 전 직장의 상사, 동료들이 나왔다.
다들 일이 힘든지 상사부터 동료까지 모두
이직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같은 회사 면접을 같이 봐서
너는 어떻게 봤니, 나는 어땠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점점
아, 동료가 붙고 나는 떨어지면 어쩌지?
걱정이 들었고, 계속해서 내 면접상황을 복기하며
내가 과연 실수한 게 무엇이 있었나 되짚었다.
이 행위가 참 꿈이지만 기분을 안 좋게 만들었다.
또한, 내가 정말 좋아하던 나를 딸처럼 아껴주시던
상사분이 나와 이직면접 보는 장면을 제 3자로 봤다.
그 또한 마음이 안 좋았고, 괜한 죄책감이 들었다.
실제로 나는 그 상사분 밑에 일할 때 크게 잘못한 게
없었지만, 그분이 이직하는 게 나 때문인 것 같았기에.
그리고 내 실수로 상사분의 경력자료(?)가 날아가서
이직할 곳에서 경력을 산정받지 못할 위기도 찾아오는
아주 꿈에서나 있을법한 ‘판타지’도 일어났다.
진짜 판타지와 허상 그 자체인데
이 것이야 말로 '꿈' 속이어야 가능한
말도 안 되는 무의식이 뒤죽박죽 얽힌 상황인데
바보 같은 나는 그 판타지에 실제 기분도 잡쳐버렸다.
그래서 오전 6시가 다돼서 잠이 든 나는
일어나서 참으로 어이없게; 공황을 오랜만에 느꼈다.
그렇게 스트레스받던 시기에는 오지도 않던 '공황이'가
나 자유야~~~!! 신나~~!!
선언한 지 반나절만에 온 것이다.
내게 전 직장은 그런 곳인가 보다.
사실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일하는 게 좋았다.
재밌었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그 대가를 보수로 따박따박 받는 거도
내게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 전 직장을 내 발로 나왔을 때
그리고 그 후 내가 정말 힘들었기에
그리고 너무나 그리웠기에
그리고 다시 일하고 싶었기에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온 이 시점
퇴사일기를 써보려고 글 연재를 시작한 이 시점
이렇게 전 직장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몰려오나 보다.
난 전 직장을 난 싫어했고, 매번 불평불만했지만
속마음은 그곳에 소속하여 일한다는 게 참 좋았나보다
휴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