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감성을 꺼내놓고 싶지 않았다.
한동안 모든 글을 쓰지 않았다.
모든 글도 읽지 않았다.
브런치, 블로그도 모두 멈췄다.
심지어 개인적인 다이어리 일기도 안 썼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 않았다.
내가 써야 할 글만 써재꼈을 뿐이다.
6월 초 거의 3개월 동안 나를 괴롭혔던
채용과정에서 결국 나는 최종탈락하면서
나는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결과에 대한 충격보단
내가 3개월간 쏟아부었던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탈진 되었다는 것에 더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난 최종결과가 나오자마자
갑자기 생활이 힘들 정도로 입 전체가 텄으며
온몸과 얼굴에 두드러기가 올라왔고
3일 동안 잠만 잤으며
그 후에는 잠에 들기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 모든 것을 그 기간에 써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그중에서 당연히 등한시되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이었다.
나의 모든 것은 다 소모되어 껍데기 남아있는데
해야 할 일들은 계속해서 생겨났다.
몰려있던 가족행사에 참석하고, 밝은 척을 해야 했으며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모든 일들을 행해야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취준과정의 3개월이 너무나 미친 듯이 힘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
그리고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가 해야 할 것만 철저하게 하기 시작했다.
1. 내가 요건되는 회사면 무조건 자기소개서를 썼다.
2.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식단을 시작했다
3. 취준은 곧 체력이라는 것을 알기에 헬스를 시작했다
4. 건강관리를 위해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5. 공기업 취업을 위한 필기공부도 시작했다.
6.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안 되기에 잠도 신경 썼다.
7. 이때 놓치면 진짜 피부가 훅 갈꺼같아 관리도 했다.
이 모든 것을 하려 하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내 상황에서
나의 감성과 감정은 너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지금 내 현실이 너무나 불행한 것처럼 느끼게 했다
2월에 다녀온 3주간의 하얀 눈밭이 꿈같아 슬퍼졌다.
다시는 그런 감정과 감성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는 그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난 그때의 사진과 기억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처음 들어보는 회사 공고가 뜨면, 그리고 요건이 되면
무작정 기업분석에 들어가 나를 거기에 끼워 맞추는
글을 쓰고 있다. 뭐라고 쓰는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이짓만 하려니 진짜 자소서 쓰는 것도 물릴 것 같아
최근에는 아침마다 필사를 하고 있다.
생각 없이 쓰면 되니까
그러니까 나는 지금 생각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