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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Nov 23. 2024

당신은 내 한 가지 바람


아무것도 없는 밤에도 당신의 문자 하나만 떠서 온다면 그걸로 좋았다
내 미련을 아쉬움을 또 슬픔을 무색게 하고 짐짓 모른 체 한 줄 안부가 전해온다면 난 까만 새벽에도 옅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아주 조금 시가 되고 아주 많은 부분 그냥 낱말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러니까 도무지 시가 아닌 날에도 힘없이 살랑이며 날아든 당신의 안부에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용기로 끝나는 날에도 난 취하지 않아도 하루를 살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까무룩 잠들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밤에도 소리 없는 새벽에도 별이 멀리 있는 날에도 바람이 불다 멈추어 되돌아가는 날에도 새삼 놀라워하며 살고 있는 것이었다
당신은 여전해
못 말려
알 수 없지만 캐묻고 싶지 않아
당신 마음이 무엇인지 어제에 어디를 향했는지 방금 전 어디를 다니러 갔는지 궁금해도 묻고 싶지 않아
당신이라는 신비를 미지를 깨트리고 싶지 않아
다만 있어줘
그냥 있지 말고 먼 하늘에 떠서 하얀빛을 발해줘
당신을 보고 알 수 있었으니까
내가 갈망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내게로 넘쳐나는 언어가 있다는 걸 밝히지 않은 글줄도 있다는 걸


나는 써
상당 부분 그것은 당신의 한 부분
나는 그려내
자주 의미들에 대해 생각해
그대로 있어주겠어?
내 글은 아무것 아냐
굳이 의미를 부여할 때 조금의 존재의 이유를 가질 뿐이지
내가 바라는 건 쉬운 일이야
그대로 있어주겠어?
정녕 아무것도 되지 말아 줘
지금 가볍게 사뿐한 당신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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