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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Nov 20. 2024

잊히지 않기에 아직 허다하기에


이별이라 하지 않았다면 끝이 아닐까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이 말만큼은 내 안 어디에도 답이 없었네

아직도 내 마음을 왕왕 울리는 문장들이 있네

어느 날을 일컬어 우리가 사랑이라 했을까

당신이 내 팔을 베고 잠을 청하던 날

차를 내리고 마시다 입 맞추던 날

눈은 내리고 걷던 길을 잠시 멈춰 안던 날

내 날들 속에서 지금도 영롱히 빛을 내는 이 날들을 사랑이라 이름 할

그래 내 마음 여태 끝나지 않고 지을 게 남았나 보다

바라건대 당신도 그때를 온전히 겪고 그날이 거릴 것 없는 순정의 시절이었길..

당신은 지나고 나서도 이렇게나 짙은 그 흔적을 내게서 남긴다



내가 문득 기억이겠지

아쉬움이겠고 미움이겠고 또 많은 순간 아무것도 아니겠지

내가 기억이라면 너에게 어떤 얼굴일까

과연 얼마 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회상할까

어느 허무한  어느 짙은 고요한 밤일까

그날은 네 마음을 흔드는 거센 바람이 불고 난데없이 장대비가 쏟아졌으면 좋겠어

나처럼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보다 홀로 울적해졌으면 좋겠어

그렇게 꺼내어보고 황망해하다 쉬이 접을 수 없는 마음이길..

지나간 사랑은 그렇게 회상하는 법이니까

한 점 그리움에는 다른 방식이 없으니까

당신이 그날로 잠시 돌아간다면 그건 내가 벌써 오래전 다녀간 길일 거야

당신이 아파한다면 난 어쩌다 조금은 웃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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