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 사이에 배운 것들
사람 만들어 줘서 고마워
결혼 1주년 기념일 아침
내가 건넨 첫인사다.
가족 외에 한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처음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서른이 넘도록 몸에 밴
생활패턴을 서로 맞추는 일부터 시작해서
집에서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지 않는 일 등
서로 익숙해지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생겨난다.
트림이나 방귀를 튼다는 것은
처음 가는 식당에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누워서 TV를 보다가 이불속에서 방귀를 뀌고
이불속이 따뜻해지는 걸 즐기는 일은
이제 지난 추억거리일 뿐이다.
나는 내 몸에 밴 습관들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줄 몰랐다.
밥을 먹고 빈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주지 않고
하루에 속옷을 두 번씩 벗어 놓는 일
씻을 때마다 새 수건을 꺼내 쓰는 일 등
나의 습관들이 처음엔 아내를 놀라게 했다.
세상에 자연히 생기는 것은 없더라
머리카락이 없는 깨끗한 바닥과
잘 다려진 셔츠
집에 가면 언제나 있는 밥들은
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있었던 것들이다.
엄마에게 많이 고마웠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 어떤 일이건
내가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해야 한다.
배려는 그곳에서 온다
내가 하면 상대방이 조금 더 편할 수 있다.
1년 동안 배운 함께 사는 사랑이 그런 것들이라
참 좋다.
오늘도 보이지 않게
내 속옷을 가지런히 개어
서랍에 넣어 두었고
즐겨 입는
하늘색 깅엄 체크 셔츠가
잘 다려져 있다.
아침마다 마시는
우유도 냉장고에 채워져 있다.
고맙다.
여보 앞으로도 이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