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할 때.
시간이 지나
달이 차오르듯
옆구리에 살이 연두부 마냥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비겁한 변명이라고 해도 좋다.
살 빼라고 하지 말아달라.
벨트 위로 삐져나오는 옆구리 살로
애정표현 중이니까
결혼 전엔 옆구리살이 없었다.
조금 살이 오르는 듯하면
사이드 크런치를 하며
옆구리 살을 용서하지 않았다.
왜 결혼한 유부남들이
하나같이 푸근하고 후덕해지는지
이제 알았다.
집에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 나는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많은 약속과 다양한 활동을 소화했다.
바빴다기보다
집에 있는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밖에 나가기 싫다.
아니 나갈 일이 없다.
퇴근 후 내 외출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가는 일이 고작이다.
그때만 이라도 운동을 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한다.
우리 집은 2층이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집에 있는 것이
정확히 말하면 침대에 누워 TV를 보는 활동
참 좋다.
아내는 내 옆구리를 꼬집으며
살 빼라고 하지만
그렇게 차오르는 옆구리살이
소리 없는 아우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과 같은
(언어 영역 단골 어휘)
나의 조용한 애정표현이다.
꽃에 꽃말이 있듯
옆구리살에도 '살'말이 있다면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