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g Hyun Im Jun 21. 2016

옆구리살이 차오를 때

남자가 사랑할 때.

시간이 지나

달이 차오르듯

옆구리에 살이 연두부 마냥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비겁한 변명이라고 해도 좋다.


살 빼라고 하지 말아달라.

벨트 위로 삐져나오는 옆구리 살로
애정표현 중이니까


결혼 전엔 옆구리살이 없었다.


조금  살이 오르는 듯하면

사이드 크런치를 하며

옆구리 살을 용서하지 않았다.



왜 결혼한 유부남들이

하나같이 푸근하고 후덕해지는지
이제 알았다.


집에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 나는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많은 약속과 다양한 활동을 소화했다.

바빴다기보다

집에 있는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밖에 나가기 싫다.

아니 나갈 일이 없다.


퇴근 후 내 외출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가는 일이 고작이다.

그때만 이라도 운동을 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한다.

우리 집은 2층이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집에 있는 것이

정확히 말하면 침대에 누워 TV를 보는 활동

참 좋다.



출처: 구글이미지


아내는 내 옆구리를 꼬집으며

살 빼라고 하지만


그렇게 차오르는 옆구리살이


소리 없는 아우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과 같은  

(언어 영역 단골 어휘)


나의 조용한 애정표현이다.




꽃에 꽃말이 있듯

옆구리살에도 '살'말이 있다면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보이지 않는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