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굴시장 방문기
아내가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띵굴시장에 갔다.
1년에 두어 번 열리는 띵굴시장은 이름만큼이나 새로웠다.
띵굴마님이 차린 생활잡화 시장이라고 하는데
내겐 띵굴마님이라는 블로그 아이디마저 우스웠다.
그러나 띵굴시장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상상 이상의 규모였고, 전국의 좋은 소상공인들이 만들 양질의 생활잡화들로 가득했다.
이번 띵굴시장은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입구에서부터
의류 및 신발등 다양한 매장이 있었다.
Paracia라는 브랜드인데
신발이 질도 좋고 예뻤다.
아내에게 사주려 했지만
가격이 날 말렸다.
수제청, 수제잼, 수제 육포 등
'손' 없으면 서러워서 못 살 것 같은
핸드메이드 식품들이 가득했다.
그밖에
치아바타, 닭강정, 찹스테이크 등이 있었지만
먼저 둘러보기 위해
음식의 유혹을 참고
실내로 들어섰다.
수제 가죽 파우치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아내가 애용하는 카드지갑이
내가 전 회사에서 받아다준 기념품 가죽 지갑이라는 사실이 신경이 쓰였는데
소재며 색상이며 정말 맘에 드는 놈을 발견했다.
사용할수록 길이 드는 가죽 느낌이라
(아내가 눈을 떼지 못하길래)
작은 핑크색 카드지갑을 구매했다.
만능 소스에 두부를 실컷 찍어 먹고..
사지는 않았다.
특이한 만년필도 있었다.
새 거인데 부러진 느낌이었다.
내가 갖고 싶던 화분 받침대 가격도 만 원대였다.
하지만 이사 갈 때 사야 하기에 참았다
그리고는 조카에게 줄 새하얀 토끼 인형을 하나 샀다.
나는 잘 참는 어른이다.
강아지 수제간식도 있었다.
평소 먹을 것도 안 주면서 약만 올렸던
죠스의 애절한 눈빛이 떠올랐다.
육포, 개껌 등을 샀다.
난 따뜻한 남자다.
대망에 지하홀로 내려갔다.
의류 가방 수건 등 접시 등 다양한 잡화들이 즐비했다.
가방은 날 유혹하기엔 부족했고
수건은 조카 돌잔치에서 충원할 예정이다.
띵굴 시장에 온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리 자기 부스에 다다랐다.
studio ou.
침착하려고 했는데
아내는 동공이 풀린 채
연신 셔터만 눌러댔다.
그나마 평정심을 되찾은 내가 차근히 살펴봤다.
금테를 두른 접시들이... 이쁘더라.
오 이렇게 세트로 사면 더 이쁘더라...
더 진한 자줏빛도 이쁘다 ㅇ ㅏ..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레이성애자
아내를 의식한 탓 인지
회색빛의 그릇들을 세트로 담아내고 있었다.
음.. 살까 말까 고민이 채 끝나기 전에
카드를 내밀었고.
쿨하게 영수증은 필요 없다고 했다. 마치 가볍게 접시 여러 개를 샀다는 듯이 말이다.
인스타그램으로 스튜디오오유를 관찰해오던 친구의 부탁으로
두 그릇 추가 구매했다.
정말 예뻤지만
좀 비쌌다.
저렴한 그릇들은 여기 있었다.
3,000원~5,000원의 그릇들이 많았다.
아내가 띵굴시장에 그릇들이 싸다며 이 정도 가격이라며 날 꾀어 왔지만
우리는 비싼 그릇만 샀다.
블랙 앤 화이트의 자기 그릇도 있었다.
그릇 욕심이 생겼다.
결혼 후
요리를 해서 아내가 함께 하는 식탁이 좋았다.
아내는 내가 해준 음식을 놀라워하며 먹었고
사진으로 담아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팅에 집착하게 되었다.
조금 더 그럴싸한 비주얼의 식탁을 차려냈을 때 뿌듯했다.
주부도 아닌
내게 그릇 욕심이 생긴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주말 저녁
새 옷을 사면 당장 입고 나가고 마는 성미의 나는
사온 그릇을 당장 사용하고 싶었다.
등심을 굽고,
토마토를 썰었다.
양송이를 꺼내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려 오븐에 넣었다.
그렇게 저탄수고지방식단 중인 우리 식탁을 완성했다.
무엇을 담느냐 보다 껍데기를 더 중요시하는
'그릇된 욕심' 보다는
담아낸 무언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그릇 욕심은 조금 부려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