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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ㄷㅣㅁ Aug 23. 2024

15. 괜찮은 척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몸을 부지런히 굴리면 그래서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바쁜 일상 속 아주 작은 틈만 보여도 정말 잠깐의 휴식도 내게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그 틈을 비집고 불안과 걱정이 피어오른다


나 하나도 안 괜찮은 것 같다

내가 쓰지 못했던 것들이 자꾸 떠오른다

올해는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했는데 자꾸 옅어진다



날씨가 너무 맑고 예쁜데 예뻐서

너무 슬프다


다음 일정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창가에 비친 햇살이 너무 따사로워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자꾸 눈물이 났다


행복할수록

이 일상에 익숙해질수록

괜찮아질수록

점점 더 안 괜찮아져 가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 즈음

서울 어딘가에 혼자 울만한 공간이 없는지

여기저기 서성였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못 찾았다


소리 내어 울고 싶다

매년 자진해서 겪은 이 고통이 올해로 제발 끝이 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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