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고
쥐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
꺾을 각오를 하고
흔들기를 반복한다
쉼 없이 돌리고 쥐고 흔들다 보면
지어낸 아니 뱉어낸
일그러진 얼굴들을 마주한다
본 적 없던 얼굴들은
펜으로 낳은 내 피와 살이요
쥐고 흔들던 내가 틀림없기에
마주하기 전에 펜을 내려놓는다
덮었던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가 아님이 분명한데
대체로 상실되지 않은 채 남는
펜의 기울임은
검은 피를 흘리며
숙명을 다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땀을 흘리고
뼈를 깎아 만든
나의 생산물들은
미우나 고우나 자식 같지만
퍽이나 맘에 들지 않아
더 짓기를 포기하고
펜을 잃어버린다
같은 펜을 찾지 못하게
설레고 기대고
첫사랑이고 또 끝사랑이라
슬퍼 울던 날도
함께 해주던 것을
쉽지 아니하게 버린다
결코 다시 나의 이야기를 다시 쓰지 못하게
결코 다시 나의 슬픔을 알리지 못하게
결코 누구도 나 조차도 나를 가엾게 여기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