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예찬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고민

by 김소영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아프고 나서 어떤 이야기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서. 치우쳐진 기분에 매몰되어 글을 쓰고 싶진 않았고, 그렇다고 이미 기울어진 마음을 쉬이 거두어 내기엔 한참을 글로부터 떠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깊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먹고사는 문제’였다.


아침에 눈을 떠, 오늘은 어떤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을 것인지(이전에는 아점으로 때우기 일쑤였지만, 약을 먹으려면 이제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어야 한다.), 아이들 간식은 무엇을 해줄 것인지. 오늘은 운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이 달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따위의 먹고사는 문제. 사실은 제일 중요하지만, 아이디얼리스트로서 살면서 ‘밥’은 사실 내게 부수적인 것이었다. 가치 있는 것에 몰두하면서 살기에도 턱없이 바쁜 삶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가 가진 대부분의 욕구들은 먹고사는 것보다는 생각하고, 만드는 것에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것인지, 혹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들 말이다. 그런데 많은 이상주의자들이 겪는 착오처럼 사실 먹고사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 아래에 있다. 마치 기둥처럼 받쳐져 있지 않고서는 일상이 바로 설 수 없는 것이다. 홀로서기도 마찬가지다. 독립하고, 온전히 홀로 서는 것 또한, 먹고사는 것, 월세, 생활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사실 먹고사는 문제가 정말 중요하구나, 깨닫게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지…’하며 말을 꺼내어 보면, 결국 아프고 나니, 내 몸뚱이가 제일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과 가정의 행복, 공동체의 행복과 그 모든 행복을 아우르는 왜 사는 가에 대한 질문은 결국 나에게서 비롯된 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9살 난 아들이 언젠가 밥을 먹다가 이런 얘기를 했다. ‘엄마, 나는 왜 태어났어? 사람은 왜 때문에 사는 거야?’ 남편은 말문이 막힌 듯했지만, 나는 ‘그걸 알아가려고 사는 거야.’라고 지체 없이 얘기했다. ‘그럼, 죽어야 알 수 있어?’라는 질문에는 대답 대신, 죽으면, 의미를 찾지도 못하고 죽으면 슬프겠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결국 내가 사는 것의 의미를 찾으려면, 내 몸이 건강하고, 내가 잘 서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말할 때는 콧방귀를 뀌다가 이제야 알게 되다니. 나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제라도 밥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어 참 다행이다 싶다.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나를 위한 점심을 차렸다. 오랜만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한 것이, 근 10년 동안 나 혼자 먹기 위한 점심을 차린 적이 있었나 싶다. 아무튼 거하게 한 상 차리고 보니, 혼자 다 먹을 수 있겠나 싶었다. 공을 들여 만들었으니,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마주한 거한 점심 식사는 후식까지 깨끗하게 비워졌다. 왠지 뿌듯하고, 기특했다. 밥 안 먹던 아들이 맛있게 한 그릇 비워주었을 때에 마음이랄까. 밥 먹고, 약 먹고 나니, 왠지 또 건강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매일 이렇게 건강해지는 거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이것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이상만 어려운 줄 알았더니, 먹는 것도 어렵네. 아이러니하게도, 쉬운 게 하나 없다는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결국, 어떤 누구도 사는 게 쉽지 않고, 작은 노력들이 하루를 채우고, 결국 순간과 매일의 노력들이 행복을 만든다는 것을 아주 오래 걸려 깨달은 것이다. 이런 순간들을 잊지 않고, 잊는다 할지라도, 다시금 노력하면서 일깨우며 사는 것이 내가 말하는 이상적인 삶의 기반이 되겠지. 삶은 결국, 작은 행복이 큰 행복을 만들고, 그 행복으로 슬픔을 덮고 사는 것이니까.


오늘도 ‘밥 한번 잘 먹었다!’


다들 맛있는 점심 먹고, 맛있는 하루 되셨으면 좋겠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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