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은시

어서 해가 뜨기를

by 김소영


아이가 뛰어온다

폴짝 거리는 움직임에 나의 마음도 뛴다


치일 것 같은 공포였다

도로 위에서 나 멈추어 섰다

허투루 산 인생 아닌데

달리기만 했는데 나는

왜 치여버릴 수밖에 없었을까

말갛게 떠오르는 저 미소를

한 줌처럼 놓쳐버리고

도보와 도로 사이에서 건너지 못하고 섰을까

발을 종종 거리며

어미의 무너짐을 바라보는 그 큰 눈에서

눈물이 뚝

아스팔트로의 열기 위로 솟아오르는 눈물

비가 되어 내리네

태풍은 앉은 나를 저만치 옮겨

아이의 우산 안으로 밀어 넣는다

나는 살았지만 치여버린 채로

아이의 발끝을 잡고

휘몰아치는 눈물에 쓸려 나가지 않으려


차갑게 식은 더위와

젖은 몸뚱이는

그 작은 우산의 어깨를 빌리고 서서

하염없이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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