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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시

밤 길

by 김소영

자랑하여도

밤 어두운 것 막을 길 없다

어두움 찾아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작은 숨죽임으로 밤에 응답하는 것

그때 우리는 꿈을 꾼다

낮게 내려앉은 어스름한 믿음들을 모아

차마 꿈꾸지 못한 순간들을 두 손 모을 때

우리는 가진 것 없이 행복하여

걸을 수 없던 길을 걷는다

낮에는 할 수 없던 일이다

살기 바빠 부정하는 세상에

아이들은 놀지 못하고

낮에 노는 아이들은

밤에 자고 밤에 꿈꾸며

머나먼 밤길을 걷는 이들의

기도를 먹고 자란다


나 자랑할 것 없어 가난하여도

밤길 걷는 이 되어

가난한 자 된 적 없이

웃는 얼굴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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