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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h Oct 30. 2021

시라는 마음 운동

시의 가치

아직 읽지 않은 책, ‘리추얼의 종말’에서 철학자 한병철은 리추얼을 ‘삶을 더 높은 무언가에 맞추고, 의미와 방향을 제공하는 상징적인 힘’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문장에서 시의 종말을 떠올렸다. 세상에 가치 있는 많은 것들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식물이나 동물에서부터, 시와 리추얼이라는 가치에 이르기까지. 식물이나 동물의 종말은 단순히 어떤 사물의 끝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들어온 나비효과를 일으켜 동식물계 전체와 그 안에 속한 인간들의 경제, 사회 분야에 이르기까지 큰 반향을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벌의 멸종을 두려워하고, 특정 동물의 변종을 이슈로 다룬다. 그리고 그 이슈는 환경 운동가 혹은 과학자들의 움직임에 동기를 부여하고, 우리는 작은 실천으로 그 주장에 찬성표를 던진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들은 리추얼(반복적으로 행해짐으로써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활에 리듬감을 주는 개인의 일상적인 습관)과 같은 상징적인 가치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이로써 작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왜 누구도(가학적으로 과장된 표현) ‘시’의 가치를 크게 논하지 않는가. 시 또한 다른 어떤 예술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창의적이며, 그 창의적인 활동은 미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방향 또한 제시한다. 시의 종말이 동식물의 종말과 같은가.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그 가치가 결코 덜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나무를 대상으로 한 시는 어떤 과학 논문보다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나무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하이쿠의 상징성에 높은 가치를 둔다. 이 뿐만 아니라, 한 소설가는 시는 시 빼고 모든 글을 배우게 했다고 말했다. 즉, 시는 과학과 경제와 문학과 의학과 철학과… 모든 분야의 학문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히지 않는 시는 값어치가 덜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아무도 듣는 이 없어도 시는 메아리처럼 돌아와 나에게 주는 울림이 있다. 그러나 나는 시가 읽혔으면 좋겠다. 시는 읽혀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어렵고, 난해하다 할지라도, 그 난해함이 작은 감정의 동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느껴진다 할지라도, 시가 피와 살과 밥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국에 그것은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때론 분노를 일으키고, 슬픔을 잠재우며, 현실을 더오롯이 살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시를 담는 그릇은 종이 따위가 아니다. 시는 글씨로 글로, 노래로 문학의 모습으로 담겨 희로애락으로 빚어진다. 누군가에게는 많이 난해한 시가 정답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짧아서 가치를 못 느낄 것 같은 시가 마치 진귀한 보물 같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답이나 보물이 누군가에게는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지표가 될 것이다. 결국 시가 그 끝을 맞이한다면, 누군가는 글을 잃고, 위로를 받지 못하며, 삶의 지표를 얻을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삶에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줄이고 버리는 미니멀을 원치 않는다 얘기한 적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서는 삶에 꼭 필요한 것이 너무나 상대적이고, 아이도, 친구도, 책도 때론 사치이며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 또한 시를 한다는 것, 시를 읽는 행위 자체가 마치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는 말처럼 사치로 여겨진다. 그래서 더욱 시 없는 삶을 원치 않는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듯이, 마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는 그 마음 운동을 하게 하는 줄넘기이자, 덤벨이자, 운동화이다. 시는 흐르는 강물이, 지는 해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것처럼 말없는 위로를 건네고, 아이의 미소가 작은 선행이 큰 기쁨이 되는 것처럼 크게 기쁨을 전한다. 말할 수 없는 분노를 소리 없이 외치고, 때론 눈물짓게 한다.

그래서 내 삶에서 가장 큰 위로와 기쁨이 되는 돈 들지 않는(?) ‘시’를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다. 아주 잠깐, 살며시 시간을 내어 시를 바라보고 있다 보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떤 감정’을 마주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걷기나 달리기처럼, 아주 조금씩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이 당신을 건강한 마음의 소유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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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ah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또 한번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순간 사랑으로 살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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