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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h Nov 06. 2021

가을의 기분

서른 즈음에 가을

차를 탔는데, 며칠 세 쌓인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출근하기가 싫었고, 젖은 머리가 추웠습니다.

히터를 켜고, 창문을 열어야 했는데, 따뜻하고 또 추웠습니다.

언젠가 들었던 ‘언니는 참 모순적이다’라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말에 얼마나 공감했던지요.

게으르지만, 바쁜 마음을 들켜 버린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사이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은행 냄새가 낙엽의 냄새라 여겼던 시절에는 그것이 참으로도 싫었고

초겨울의 차고 맑은 바람 냄새가 그 냄새라 여겼던 시절에는 그것이 헤아릴 수 없이 좋았는데

오늘은 바스러지는 낙엽 같은 기분입니다.

내리는 비가 내 슬픔 같고

밟히는 낙엽이 내 인생 같아서

마주 보고 웃기가 힘이 듭니다

매일 출근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감사할 일임을 아주 잘 알지만,

매번 제자리인 것 같은 것은

갈 길이 멀었는데도, 갈 곳을 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운전하는 내내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위에  미소를 보았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달리는 아이의 미소는 헤아릴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향해, 아이는 엄마를 향했습니다.

속도든 방향이든 하는 것들은 미소와 함께 동그랗게 떨어져 바스러졌습니다.

조급히 죽어가던 계절이 여유로 아름답던 순간이었습니다.

제자리걸음인 것이 어쩌면 계절도, 마음도, 그리고 인생도 둥근 것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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