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의미
파란 하늘을 보고 위로받은 적 있으시죠? 제겐 오늘이 그랬습니다. 제 삶의 속도와는 다르게 하늘은 더디게도 흐르더군요. 잠이 오지 않아 들어 올린 글에도 참으로 우연히, 하늘의 푸르름에 대한 구절이 나왔습니다. 이 글의 작가도 그를 한없이 끌어당기는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는 지금 우울에게 미소 짓는 법을 배운 듯합니다. 어둠을 그친 하늘을 보고 말이에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오늘 보았던 그 파란 하늘이 어둠을 지나, 나의 순간으로 왔다는 것이 참으로 큰 의미가 되어 주었습니다.
석양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일. 들꽃을 눈에 담고, 마음에도 담는 일. 작고 소중한 우리의 자연은 늘 이렇게나 경이롭지만, 나이가 들기 전에는 거들 떠보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어쩌면 석양이 견뎌낸 하루와 꽃이 견뎌낸 바람이 나의 힘듦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줄 텐데 말이죠. 나이 들며 더 외로워지는 삶이 바라보는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청년들이, 누구보다 외로운 이들이 삶을 등지지 않고,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한 때, 삶을 멀리 했던 적이 있습니다. 몸을 빨리빨리 굴리고, 머리도 빨리빨리 굴리고, 마음은 빨리빨리 잊어버렸죠. 잃어버리기도 했고요. 그러다 늘 곁에 있어도 보지 않았던, 하늘을 봤던 날. 한강 둔치에 앉아 검은 강을 한참을 바라봤던 날, 나는 곁에 있던 사람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삶의 언저리에 서서 검은 강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같이 옆에 서서 묵묵히 그 힘든 시간을 함께 해주던 친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은 더 이상 검지 않았습니다. 파랑이었죠. 하늘의 색과 닮았고, 삶은 생각보다 빠르게 잔잔해졌습니다. 마음을 찾았던 탓이겠죠.
오늘 잊고 지냈던 그때에 일들이 떠올라 혼났습니다. 파도치던 마음들이 잔잔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건 것입니다. 파랑은 차고, 추운 것이 아니다. 파랑은 하늘이고, 바다다. 10년 전, 미소 짓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강이, 오늘의 하늘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오늘은 마음에 벽에 문을 그리고, 그 문을 넘은 것 같습니다. 하늘도, 맑은 하늘을 준 겨울도, 글쓰기도 참으로 고마운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