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한의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어르신들로 앉아 있을 곳이 없었다. 둘러보니 나보다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출근해야 하는 시간에 한의원으로 와야 하는 내가 안타까웠다.
역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더 잘 뛰어오르기 위한 숨고르기 중이라고 위로했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래도 이렇게 숨을 쉬면서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어제 MTX 6알을 복용했는데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손가락이 더 뻣뻣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 약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니 난 그저 내 몸에 느껴지는 감각에 따라 증상의 호전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주에 도침을 맞아서인지 손가락을 구부리는 일이 한결 쉬웠는데 일주일이 지나니 다시 비슷해졌다. 도침은 자주 맞을 수 없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술을 해주신다. 그리고 하루 정도는 물이 닿지 않도록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래도 손가락이 유착되는 것은 조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지나가는 차들과 거리의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몸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이 처지에 놓인 내가 한심하게도 느껴졌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자책이 아니라 응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혼자 웃어버렸다.
길거리에 참새들도 무리지어 아침 활동을 시작하고 매미들도 은행나무에 붙어서 이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고 목청껏 울어댄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보니 체리나무의 잎사귀들이 벌써 노랗게 물들어 낙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한창 짙푸른 은행잎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샛노랗게 변할 때쯤 나의 마음을 가늠해본다.
또 하나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슬펐던 마음이 가라앉고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왠지 한의원 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이 모습들도 나를 완성시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부족하고 많이 힘들어하다가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희망을 품고.
수많은 감정들도 결국은 지나가는 마음의 구름 한 조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오늘도 햇살은 뜨겁고 나에겐 시간이 주어졌다. 조금씩 몸은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예전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내게 스며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