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에 숯가마에서 뇌종양을 앓으시는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은 몸에 기운이 없으셔서 가족들이 함께 오셨다. 가족들은 숯가마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신지 그냥 마루에 앉아 계셨고, 환자분은 내 옆에서 뜨거운 숯가마에서 나오는 불길 앞에 앉아 계셨는데 몸은 힘드실지 모르지만 그분의 표정에서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그 분은 자녀들에게도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으신다고 했다.
“우리에겐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 모르잖아요.”
그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가족들과의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모르면서 소중한 시간들을 그렇게 얼굴 붉히면서 살아가지 않기로 하신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아들인 팀에게 아버지는 그 집안 대대로 남자들에게만 전해지는 과거로 되돌아가는 능력을 말해준다. 팀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되돌리고 싶은 현실에서 과거로 돌아가 현실을 바꾸는 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는 전화를 받았고 결국 아버지가 과거로 돌아가 일찍 퇴직을 하고 아들과 탁구 시합을 하고, 책을 읽고, 가족과 여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슴 아프게도 팀의 아버지의 장례식은 다가왔고, 팀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난다. 팀의 아버지는 팀에게 오늘이 ‘그날’이냐고 묻는다.
‘그날’은 자신의 장례식 날을 의미한다. 그 이후에도 팀은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아버지를 찾아간다. 하지만, 둘째를 임신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찾아간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후에 과거로 돌아가면 원래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 다른 모습의 아기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팀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난다. 그 순간 아버지는 오늘이 ‘그날’이냐고 다시 묻는다. ‘그날’은 우리 모두 피할 수 없다.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죽음은 우리가 직면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무한정 주어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시간은 절대로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법이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날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한없이 아쉬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팀의 아버지처럼 자신의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우리는 그제야 가족들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이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스포츠를 같이 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일. 생각하다 보면, 무심결에 내뱉은 성의 없는 말들에 미안해진다.
언제일지 모르는 ‘그날’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좀 더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훗날 아쉬운 부분은 있겠지만, 말 한마디라도 상처 되지 않게 노력한다면 그만큼 후회하는 순간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날’만 생각하면서 산다면 한없이 삶이 무거울 수 있겠지만, 가끔은 나의 마음을 정비하면서 소중한 가족들과 사람들에게 따뜻한 표정과 말을 전하면서 살아야겠고 생각한다. 구름처럼 한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은 분명 유한하다.
먼 훗날, 붙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이 헛되이 지나가지 않도록 가장 따뜻한 미소를 서로에게 건네는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 가야겠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상처받지 말고, 그냥 넘겨버리며 넉넉한 마음으로 인생 전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현명해져야겠다.
커다랗고 아름다운 우주 속에서 그 사소한 상처에 허우적대기에 이 시간들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성숙해진다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커다란 지구 위에서 한 개의 점처럼 잠이 드는 나를 상상하니 모든 것들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밤 한없이 넓은 저 지구의 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잠을 청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