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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n 30. 2022

본격 둘째출산 준비 (+첫째 마음 단도리)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6일째

6월 29일(수) 결국 폭우가 쏟아지다


오늘은 첫째의 유치원 생일 파티날이다. 생일은 지났지만, 6월 생들의 생파를 이번주에 한다. 첫째네 반에 6월생은 첫째 뿐이라 단독 생파다.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혀 보내라길래 물어보니, '날개옷'을 꼭 찝는다. 배트맨문양과 노란색 망토가 달려있는 티셔츠다. 첫째가 세살때부터 입던 옷이다. 오래됐지만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익숙하고 편한 옷을 입고 아이는 신나게 등원했다. 남편은 유치원 등원 버스에 맞춰, 무슨 동네 우편배달부처럼 자전거로 첫째 생일 케이크를 배달했다.


아이 등원 후엔 동네 육아맘 친구들과 국수 브런치를 했다. B 엄마가 소개해 준 집이다. B 엄마는 이 동네 토박이라 동네 맛집을 잘 안다. 또 유일하게 형아를 키우고 있어, 초등 정보도 많다. 덕분에 초등 1학년에 돌입하면 어떻게 되는 지 현실을 많이 전해듣고 있다.


B 엄마가 소개해준 국수 집은 칼국수, 수제비 전문인데 난 콩국수가 땡겨서 콩국수를 시켰다. 11시 오픈이라 10시58분에 입장했는데, 11시가 되자마자 금방 다섯테이블이 찼다. 메뉴를 주문할 땐 셋이 다 다른 메뉴를 시킨다고 쿠사리를 주길래 뭐 이런 가게가 있나 싶었지만, 막상 국수가 나와서 한입 먹어보니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진짜 맛집이네. 한입 얻어먹은 수제비도 너무 맛나다.


국수를 후루룩 금방 말아먹고, 커피 집으로 이동했다. 근처에 새로 오픈한 깔끔하고 좋은 카페가 있었다. 커피 세잔과 크로플 한개를 시켰다. (원래 크로플이란 음식이 이렇게 작은가? 사이즈가 너무 작네...) 한참 떠들다가 보니 크로플을 두 엄마가 다 먹었길래 (너무 웃김 ㅎㅎ) 크로플 2개를 추가했다.


잔뜩 먹고 수다를 떨며 한껏 놀다보니 B엄마의 첫째가 학교에서 하원할 시간이다. B엄마를 먼저 보내고, A엄마와도 더 이야기를 나누다 집에 오는길엔 비가 엄청 왔다. 맨날 장식으로 들고만 다니던 우산이 본격 기능을 했다. 한창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니,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신발도 다 젖고 찝찝했지만 시원한 빗소리에 기분이 좋았다. 집에 오는길에 과일트럭에서 백도 6개를 6000원에 주고 사서도 더 기분이 좋았다.


집에 와서는 둘째의 옷정리를 했다. 선물받은 옷과 물려받은 옷이 꽤 됐다. 첫째 옷들도 안버리고 나뒀는데, 남자아이인 첫째옷을 입힐 필요가 없을만큼 여자 아이들의 옷을 많이 받아서 돌까지 입을 옷이 서랍 2개가 나왔다. 여자아이들 옷을 보고 있노라니, 첫째가 입었던 옷들과 너무 스타일이 달라서 남편도 나도 신기하면서 당황했다. 꽃무늬에 레이스에 리본에 여러가지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특히 남편은 '심쿵'한 눈치다. (실제로 선물받은 박스를 뜯으며, 여보 나 심쿵했어!! 라고 외친 바 있다...ㅋ 예비 딸바보다.)


출산 가방을 싸기 위해 베냇저고리 2벌을 특별히 예쁜 옷으로 고르고, 첫째가 쓰던 겉싸개와 속싸개도 장농에서 꺼냈다. 물티슈를 2개 챙겨야 하는데, 남편이 집에 1개밖에 없다고 주문을 한다고 했다. 이양반이 하트가 쓸거니까 제일 비싼 거를 사겠다고 한다. 왠지 나도 그러고 싶다. 아들맘일땐 못느끼던 마음이다. 왠지 더 곱게곱게 잘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이옷장을 정리하고, 소파에 누워있자니 잠이 온다. 남편은 계속 뭔가를 정리하고 있다. 서재방도 정리하고, 자동차 보험갱신도 하느라 바쁘다. 나는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잤다. 요새들어 늘 오후 3-4시에 잠이 쏟아진다. 낮잠을 쿨쿨 잘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다. 즐기자.


아이 하원시간 즈음 잠에서 깼다. 남편과 처음으로 같이 하원마중을 나갔다. 유치원 차가 도착하는 중앙놀이터 앞에 우리동네 엄마들, 할머니들이 서계신다.

"여보, 앞으로 매일 마주칠 분들이니까 인사 잘해둬."

"알았어!"


남편은 약간 긴장한듯 하다. 부끄럽게 인사를 나누고 기다리고 있는데 유치원 버스가 들어온다. 아이들은 주르륵 서있는 어른들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든다. 첫째가 우리를 보고는 잔뜩 신이 나서 옆자리 친구에게 뭔가 한참 자랑을 하는 것 같다. 오늘 첫째는 생일 파티를 했기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의 생일 선물을 한꾸러미 들고 차에서 내렸다. 아이는 선물을 풀어보고 싶다며 놀이터도 제낀다. 단짝 친구가 아쉬워했지만, 너무 꿋꿋하게 집에 가고싶어해서 데리고 들어왔다.


선물 한꾸러미 풀어볼때마다 친구들의 정성과 마음이 느껴진다. 난 너무 소홀하게 대충 준비해 보냈던 것 같은데, 앞으로 유치원 생일 선물을 더 신경써야겠다고 다짐하며 어느새 오늘도 하루도 다 갔다.


첫째를 재우는데 내일 사과주스를 사달라고 한다.

"엄마, 내일 회사일 끝나고 사과쥬스 사줘" 

"엄마 이제 일 안하잖아~ 애기 낳으려고 이제 회사 안가." 

"우와!!"


아이는 신나한다.

"근데 엄마가 다음주엔 병원에 가서 스무밤 정도 집에 안올거야. 하트낳고 병원에서 좀 쉬다올거야. 스무밤 정도는 아빠랑도 재밌게 놀고, 강변 할머니 할아버지랑도 놀고, 포천할머니 포천할아버지랑도 놀수있어. 좋겠지?"

"우와!!" 

"엄마랑은 가끔 전화통화하고, 영상으로도 통화하자, 알았지?" 

"응 좋아!"


아이는 생각보다 내 말에 걱정이 없고, 오히려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볼수있단 생각에 들뜬 듯 하다. 그래도 난 귓속말로 덧붙인다. "엄마가 널 제일 좋아하는거 알지? 하트한테는 비밀이야 ㅎㅎ" 

"알았어. ㅎㅎ"


아이는 엄마와의 비밀이 신난 듯,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 난 꽤 좋은 엄마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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