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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27. 2022

언제 결혼을 결심했나요?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65일째

8월 27일 토요일 좋은 날씨


자고 일어나니 나는 열이 다 내리고 드디어 체온계가 36도 대가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정상 체온. 첫째도 새벽에 열이 다시 38도가 넘어서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었는데 10시도 넘어서까지 자고 있었다. 늦잠은 잤지만 둘 다 어제보다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첫째의 감기는 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기침도 멈추지 않았지만 좋은 날씨와 공기로 감기를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차산 데크길을 걸으러 갔다. 첫째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문득 7년 전 이맘때쯤 많이 듣던 질문이 생각이 났다.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 날짜를 잡고 한창 청첩장 전달 모임을 잡고 있을 때였다.


"언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대답은 늘 같았다. 연애하던 시절 아내와 둘이 거제도와 부산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연말부터 출발해 1월 1일 해돋이도 거제도 몽돌해변에서 보고 부산으로 이동해서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여행 막바지에 부산으로 이동할 때 즈음부터 점점 몸이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몸살로 열이 올라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부산 여행 계획은 다 취소하고 숙소에만 있게 됐다. 여행 마무리가 엉망이 되었지만 아내는 내 탓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픈데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열이 나는 내가 귀엽다며 사진을 찍고 놀았다. 나는 아내가 이마에 올려둔 수건의 축축한 느낌 속에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라는 영화를 보다가 잠에 들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열은 내렸고 금세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전에 여행 갔을 때 아픈데 탓하지 않고 저를 간호해 주더라고요. 나중에 가끔 제가 힘들어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늙어서 병들고 힘이 없어도 버리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도 했죠 (웃음)"


하지만 이땐 아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거의 1~2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열이 오르고 몸살이 나서 아플 것이라는 것을. 심지어 재작년에는 장염이 급성으로 심하게 걸려서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올해는 3월에 걸린 코로나로 퉁치나 싶었지만 이번 주에 급채와 몸살이 또다시 찾아왔다. 내가 허약한 체질인 것인지, 장모님 말씀대로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어서인지, 아니면 장인어른 말씀대로 요즘 피곤하고 혈색이 안 좋아서 '경옥고'를 먹어야 하는 상태여서인지 모르겠다. 셋 다 일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장인어른께서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식사를 했을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결혼은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저 질문은 결국 스스로에게서는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봐야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솔직히 나는 매사에 긍정 회로를 돌리는 성향상 스스로에게도 관대한 편이다. 나 정도면 외모도 성격도 괜찮은 편이고, 남편과 아빠로서 가정에도 충실하고, 친구나 가족들이나 회사에서나 사회적인 대인관계도 좋다. 물론 모두가 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친한 사람들과는 아주 친하고 안 맞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둔다. 근데 이건 어쩌면 그냥 나만의 착각이고 내가 했던 중간 평가들에서는 늘 셀프 합격점을 매겼을 뿐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럴 것이다.


아내가 보기에 나는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지금은 거기에 못 미치더라도 계속 노력하면, 말투라든가 어떤 일부분을 고치는 것만으로 몸도 마음도 아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까?


솔직히 점점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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